무분별한 건강검진이 한정된 의료 자원 소모를 가속화시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학계 지적이 나왔다.
국립암센터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지난 7일 보건의료포럼을 개최, 자체 조사한 건강검진 실태 결과를 공개하고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발표했다.
국립암센터는 건강검진을 받은 전국 성인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강검진으로 권고되지 않는 검사를 경험한 사람이 25% 내외였다"고 밝혔다.
특히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CT), 종양표지자 검사(Tumor maker), 전신 MRI·CT, 암 유전자 검사(cancer gene), 뇌 MRI·MRA 같은 검사는 현재 검진 목적 검사로 권고되지 않고 있지만, 양성자방출단층촬영은 28.7%, 암 유전자 검사는 13.2%가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주치의와 공유된 의사 결정없이 건강검진을 하는 획일화된 시스템으로 불필요한 검사가 시행되고 재원이 낭비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 건강검진은 방사선 노출이나 과도한 검사 등 문제가 있으나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있고, 공공 검진센터 역시 민간 검진을 취급하며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증상 성인 검사 효과 낮아"···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
국립암센터와 의학한림원은 이같은 현황과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연구를 거쳐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만들어 소개했다.
우선 암 검진과 관련해서는 ▲암 건강검진 목적 갑상선 초음파 ▲폐암 위험 낮은 사람의 폐암 선별 검사 목적인 저선량 흉부전산화단층촬영(LDCT) ▲무증상 성인 췌장암 선별검사 ▲무증상 성인 암 선별검사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기대여명 10년 이하인 고령자 선별검사 목적 암 검진 등은 권고되지 않는다.
최윤정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증상이 있거나 고위험군인 사람이 아닌 무증상인 일반 성인이 이같은 선별 검사를 하는 것은 효과성과 유용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의 경우 또한 암 진행 속도가 더디고 발견 후 치료·사망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고령에서 주요 암 검진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이득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반 질환과 관련해서는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 건강검진 ▲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 D 검사 ▲ 건강검진 목적의 뇌 MRI ▲ 증상이 없는 노인의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 ▲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건강검진 목적 관상동맥 CT 검사 등이 권고하지 않는 사례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