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 부유층 사이에서 고가의 전신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 전역의 8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 스타트업 프레누보의 MRI는 특정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반적 MRI와 달리 예방 차원의 전신 스캔을 하는 게 특징이다.
전신 MRI 비용은 1회당 2천500달러(약 330만원)에 달하지만, 유명인과 벤처 사업가들은 이 '정기 검진' 시스템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은 전신 MRI 검진을 받는 자신의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이를 "생명을 구하는 기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WP는 이러한 전신 MRI를 "상위 1%를 위한 의료 시스템"이라며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해 일상의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정량화된 자기 운동'(quantified self movement)의 다음 단계를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개인별 데이터 기반의 수명 연장 '바이오-해킹'(bio-hack)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러한 트렌드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해킹은 스스로 식이요법, 영양제, 치료 등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건강을 최적화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프레누보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으로, 에즈라, 네코헬스 등 적지 않은 기업이 이미 전신 MRI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혈액검사와 생체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포워드헬스 클리닉, 장내세균과 식품 알레르기를 진단하는 에벌리웰, 혈당 모니터링 패치를 통해 식단을 제안하는 시그노스 등도 같은 맥락에서 생겨난 업체들이다.
미국 부유층은 이러한 수명 연장 프로젝트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A/B컨설팅과 벤처캐피탈(VC) 매버론이 미국인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유할수록 수명연장을 위해 더욱 극단적인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이 유전자 편집과 같은 고위험 치료 기술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다.
에즈라의 투자자인 미국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매년 200만달러를 지출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 초 17살 아들의 피를 수혈받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전신 MRI의 효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진에 뒤따르는 추적 검사와 복잡한 절차로 인해 환자들이 불필요한 불안에 빠질 염려가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미국 영상의학 학회(ACR·American College of Radiology)는 지난 4월 성명을 통해 "전신 검진이 비용 대비 효율적이라거나 수명연장에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신 MRI를 지지하는 의료기관도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신 MRI 지지자들은 더 많은 스캔을 통해 환자들의 개별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진단 오류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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