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도전에 나선 제주대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들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이라는 선결과제가 제시됐다.
특히 이 과제를 위해 지역 의료기관들을 '스마트병원' 등으로 선진화하고 지역사회를 주도하게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따라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주최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보건복지부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제주도의 진료권역 분리 당위성과 제주대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강조했다. 홍 교수는 지난달 동일한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상급종합병원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제주대병원 측에 "단순히 병상을 늘리고 전문질환군을 많이 보는 등 양적인 요소를 우선시해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역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기관이 돼 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홍 교수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 전체 의료기관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소개했다. 보다 과감한 미래의료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홍 교수는 "노인은 평균 27개 만성질환을 앓고, 입원이 외래보다 많아지는 의료비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가"라며 "수직적 의료전달체계가 효율적이어서 좋다고 했지만 이제는 분산형 의료전달체계 즉, 의료협력체계를 만들어야 감당해 낸다"고 역설했다.
일차의료기관을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AI 등 적극 도입
그러면서 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원격진료,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을 지역 의료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수준의 진료를 하고, 주민들도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일례로 공유검진센터를 만들어 오전에는 검진센터에서 의료기기를 쓰고, 오후에는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과 의료기기를 공유하는 방식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새 기술 중 원격의료와 관해서는 "지역에 관계없이 의사를 선택해 온라인으로 환자를 보게 하는 플랫폼 비대면 진료 방식은 지역의료를 붕괴시킨다"며 "이는 지역 내 가까운 곳끼리 보조 역할로서 기능하면 지역사회에서 굉장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공공병원을 더 짓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공공병원을 스마트 병원·개방병원·공유병원으로 바꿔 지역사회를 주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이 같은 전국 공통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제주도는 분리된 권역 및 인구 특성 상 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봤다.
제주도가 지난 코로나19 유행 당시 전자문진(QR코드)을 이용한 방역 모범사례가 됐던 사례를 들며 그는 "제주도 전체가 연결됨으로써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의료수준을 높인다면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은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대병원은 단순히 병상을 늘리지 말고 보건의료 난제를 해결하는 선두에 서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