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감기약 성분 중 코막힘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페닐레프린이 사실상 아무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지난 12일 다수 경구용 감기약의 주성분인 페닐레프린이 울혈(코막힘) 개선 효과가 없다는 데 16명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단, 비강 스프레이나 점안제에 포함된 페닐레프린 약효는 부정되지 않았다.
페닐레프린은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부비동염에 의한 코막힘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페닐레프린의 약효를 지적하는 논문이 발표되며 미국 내 페닐레프린 재평가 요구가 계속됐다.
이에 FDA 자문위원회가 올해 3월부터 경구용 의약품에 포함된 페닐레프린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입증된 결과들에 비춰봤을 때 해당 성분의 이점이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자문위는 "페닐레프린 승인 근거가 된 1960~1970년대 연구 결과에 수많은 허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해당 연구들이 매우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연구에 사용된 통계와 기술들도 현재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FDA 자문위의 이번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제약계는 향후 소비자들 혼란을 우려했다.
미국 제약사 단체인 소비자건강관리제품협회(CPHA)는 FDA 자문위 결론이 나기 전(前) 성명에서 “페닐레프린은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며 FDA 권고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관련 의약품들이 사라지면 환자들은 경미한 증상에도 의료기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라며 “일부 환자들이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며 급성부비동염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페닐레프린은 수다페드, 데이퀼, 테라플루 등 유명 경구용 감기약에 포함돼 있으며, 22억달러(약 2조9187억원) 규모에 달하는 경구용 울혈 완화제 시장에서 5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판콜에이, 테라플루데이타임건조시럽 등을 비롯해 91종의 경구용 일반의약품이 페닐레프린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FDA 자문위에 환자 대표로 참가한 제니퍼 슈워초트 위원은 “이 경구용 의약품들이 오래 전에 시장에서 사라졌어야 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을 필요로 하는데 이 의약품들은 그에 충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