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지주막하출혈 환자의 사망률 개선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묶음 치료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제안됐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중환자 다학제 연구팀은 14일 중증 지주막하출혈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묶음 치료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은 매년 10만 명당 10명의 환자에게 발생한다. 이 중 중증 환자는 전체의 20~30%를 차지한다.
중증환자 중에서도 30~40%는 사망에 이르고, 생존한 환자도 절반 이상에서 중증 장애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중증 지주막하출혈의 예후를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에 연구팀은 ‘묶음 치료’ 적용이 지주막하출혈 환자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중증 지주막하출혈 묶음 치료방법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묶음 치료는 미국 의료 질 향상 연구소(US IHI)에서 제안한 방법으로, 중증질환 환자 예후를 향상시키기 위해 3~5개 핵심 치료를 체계적으로 조합해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중요한 치료 방법을 일관성 있게 적용해 환자의 예후를 최적화할 수 있으며, 중증 패혈증 치료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먼저 체계적인 문헌 고찰과 다학제 논의를 거쳐 중증 지주막하출혈 묶음 치료를 구성하는 5가지 핵심 치료를 결정했다.
▲조기 뇌압 감시 ▲파열된 동맥류 조기 치료 ▲신경계 감시 ▲신경계 감시를 통한 지연성 허혈 조기 진단 및 치료 ▲지주막하출혈과 관련된 내과적 문제의 체계적 관리 등이 포함됐다.
이후 신경외과 중환자 전문의 주도하에 치료 항목별 목표를 설정하고 적용 방식을 프로토콜화했으며, 묶음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다학제 팀 내 교육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효과 검증을 위해 중증 지주막하출혈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묶음 치료가 적용된 2017년 전후 환자군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총 90명 환자 중 43명은 묶음 치료를 받았고, 47명은 기존 치료를 받았다.
연구결과 묶음 치료군은 6개월 후 사망률이 14.3%로, 기존 치료군 사망률 27.3%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했다.
또한 6개월 동안 묶음 치료군의 46.4%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기능을 회복했는데, 이는 기존 치료군 20.7%에 비해 약 2배 높은 수치였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단변량 분석을 통해 환자들이 신경학적으로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작용하는 주요 요인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묶음 치료 적용’과 ‘초기 동공 반사 유지 여부’ 두 가지 요인이 도출됐다.
연구팀은 묶음 치료를 받은 환자의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묶음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14배 이상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묶음 치료는 동공반사 회복에도 효과가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초기 동공 반사가 없던 환자들 중에서 묶음 치료를 받은 후 동공 반사가 회복된 환자는 묶음 치료군에서 약 61.5%를 차지했고, 그중 23.1%는 좋은 신경학적 예후를 보였다.
반면 묶음 치료를 적용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23.1%만 동공 반사를 회복했으며, 좋지 않은 신경학적 예후를 보였다.
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는 “신경외과 중환자 전문의와 뇌혈관팀, 간호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도입한 묶음 치료가 지주막하출혈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묶음 치료 방식이 다른 병원에서도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다학제팀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중증 지주막하 출혈 환자에서 묶음 치료 개발 효과를 확인한 첫 연구임을 인정받아 신경중환자의학 국제 학술지 ‘Neurocritical 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