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전반이 직면한 의료인력 부족, 의료진 안전 위협,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지속가능경영(ESG, 환경·사회·지배구조)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병원협회와 데일리메디가 최근 공동 개최한 ‘2023 병원 ESG 포럼’에서 삼성서울병원 이형배 행정부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의 ESG 실천 성과를 공유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행정부원장은 병원계 주요 현안을 ▲환경(E) 기후변화 대응·의료폐기물 발생 ▲사회(S) 의료진 안전·근무환경 조성·환자 만족도 ▲지배구조(G) 컴플라이언스 등으로 꼽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환경 측면에서는 병원은 환자 케어를 위해 24시간 운영하면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다양한 의료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급증하지만 처리 시설이 부족해 병원이 소재한 권역에서 처리가 불가능, 업체를 통해 장거리 운송 후 처리하고 있고, 일반폐기물과 의료폐기물 혼입 문제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회 측면에서는 의료진 폭행사건 등 안전 이슈가 매년 불거지지만 보안전담인력 보호장비 보유 조치 등이 미흡한 실정이다. 법 개정안이 발의되더라도 병원 개별 차원에서의 노력이 요구된다.
병원 의료진의 근간인 간호사 이직률도 타 산업군 대비 3배 이상 높으며,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환자들은 의료서비스에서 지나친 대기 시간을 가장 불만족스러운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병원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 방지는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에코 프로젝트·의료폐기물 분리 배출 실시···고객 불만 대응 시스템 구축
이형배 행정부원장은 “병원들이 당면한 현안을 ESG 활동으로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코 프로젝트’를 실시, 재활용과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해 의료폐기물 배출량을 절감시켰다.
연간 6톤 가량 폐기되는 이불류를 유기견 센터에 기부하고, 근무복을 재활용해서 곰인형 옷을 제작해 환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시범사업도 시행했다. 시범사업 후 현재 전(全) 병동으로 확대, 실시 중이다.
이 행정부원장은 “환자, 보호자, 간병인 등의 참여를 위한 인식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해 전 교대 부서 55개가 참여한 간호사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이 행정부원장은 “3개월 단위로 고정된 근무 패턴을 보장하고 불가피한 인력 공백 시 베테랑 간호사로 구성된 에이스 팀을 투입시켰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6개월 시행군(166명)과 미시행군(170명)에서 근무형태 만족도는 각각 67.8%, 36.4%로 큰 차이를 보였다.
환자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료현장 인프라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데이터 기반 진료자원 운영체계(DOCC)를 구축하고 기존 종이 침상카드를 ‘스마트 디스플레이’로 전환했다.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경우 본관과 암병원에 구축을 완료한 상태며, 오는 12월까지 별관에도 구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ESG 정책방향 의사결정 조직인 ESG위원회도 지난 2021년 12월 발족했다. 반기별로 1회 위원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6월까지 총 4회 운영했다.
각 실무현장에서도 ESG를 책임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30여개 유관부서별로 실무 담당자를 지정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해 ESG 아카데미, 경력직 워크숍·신입간호사 입문교육·수시입문교육 등을 실시했다.
ESG 보고서, 단순 경영성과 공개 아닌 이해관계자와 소통 확대 차원
삼성서울병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위해 ESG 보고서를 올해 처음 발간했다.
이 행정부원장은 “병원 특성을 반영한 ESG이슈 및 의제를 설정해 병원계 ESG 표준 지표를 제안할 것”이라며 “단순히 경영성과를 대외에 공개하는 게 아니라 ESG경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확대에 의의가 있다”고 자부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제시한 지표는 기본 31개, 종합병원에 적합한 심화지표 82개로 구성됐다.
이 행정부원장은 “에너지·의료폐기물·의료진 안전·임직원 근무환경 조성·환자 경험 개선 등이 병원 ESG의 출발점”이라며 “병원 내 모든 의료종사자 행복을 실현하고 최고 치료성과를 환자에게 보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