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역사를 뒤로하고 경영난으로 최근 문을 닫은 서울백병원을 준중증 응급시설로 활용해서 의료공백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종로)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중구성동구을) 등은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으로 인한 의료공백과 서울 도심살리기 대책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서 장여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교수 노조지부장)는 "서울백병원의 폐원 과정을 속전속결"이라고 표현했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5월 31일 경영정상화 TF(위원장 최석구)가 병원 폐원안을 인제학원 이사회 상정을 결정하고, 6월 20일 이사 전원 찬성으로 폐원이 결정됐다.
이어 7월 7일 이사회가 8월 31일부로 진료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으며 9월 1일자로 서울백병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장여구 교수는 "서울백병원은 1932년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외과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의료기관"이라며 "폐원이 결정되면서 서울 도심 중앙에는 공공의료 공백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여구 교수는 "서울 중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시설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중증 외상 환자가 진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며 "공간의 한계는 있지만 지리적 장점을 가진 서울백병원을 중증 외상 환자를 위한 의료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백병원을 복부 위장관과 뇌(腦) 손상에 특화된 준중증응급의료시설로 전환하면 중구와 종로구 지역주민뿐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에게 환영받는 공공의료 실현 병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자치구별 의료 불평등 심각, 서울백병원 폐원으로 중구 상급종병 전무"
서울시 또한 공공의료 공백을 우려하며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의료기능 유지를 위해 종합의료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영희 의원은 서울시의 자치구별 의료불평등을 지적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서울에 설치된 상급종합병원은 14개, 종합병원은 43개다. 이중 중구에는 병원급 의료기관 3개와 종합병원 2개(서울백병원·국립중앙의료원)가 있지만 강남구는 병원급 의료기관 36개소, 송파구 26개소, 강서구 22개소가 있다.
윤 의원은 “중구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용산구에 이어 가장 적은 자치구”라며 "서울백병원 폐원으로 중구 응급의료자원 부족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와 중구가 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서울시의회도 매우 공감한다”며 “서울시의회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서울백병원이 사라지더라도 해당 부지를 종합 의료시설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오는 12월까지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서울시 이광구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장은 “서울백병원이 폐원한다면 이후 도심에 그 정도 규모의 병원을 지으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구는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올해 12월 안으로는 종합의료시설 결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