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표준진료지침’을 두고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과잉진료에 대한 자성(自省) 필요성은 일부 인정하지만, 비급여 진료비 공개 등 연이은 강경책에 대해 의료계 불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특별사법경찰권 도입과 함께 거론되는 만큼 의료계 반감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의사 출신의 이사장이 오히려 의료계를 더욱 옥죈다는 불만도 다수 목격된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표준진료지침’을 두고 다양한 불만이 표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기석 이사장은 “국민이 불필요한 과잉 검사나 진료를 받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및 건보공단·심평원이 협력해서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해 의료비 지출을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의료이용에 제한이 없고, 병원 접근성이 좋으며, 환자의 적정의료이용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불필요한 이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연간 70회 이상 외래이용자는 2019년 160만명에서 2022년 137만명까지 늘었다. 이에 외래 의료 이용량에 기반해서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하는 제도까지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A 병원장은 “수가를 바탕으로 한 검사 감축 등은 일선 의사들에게 의료소송만 늘리는 상황을 불러올 것”이라며 “연이은 의료계 강경책에 의사들은 설 곳을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다른 B 원장은 “표준진료지침에 따라 검사 완료 후 발생하는 의료 사고나 진단 실패는 보상을 해주는가”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반문했다.
대학병원 교수와 학회 이사급 임원진들도 유사한 입장을 피력했다.
A대학병원 교수는 "표준진료지침 취지는 좋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대비책도 필요해 보인다"며 "지역마다 병원 인력과 여건 및 인프라가 각각 달라 이를 반영한 지침 도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다"고 말했다.
B학회 이사는 "학회별로 표준진료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는 등 자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국가에서 주도하는 진료지침이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건보공단은 적정진료를 위한 표준진료지침 마련을 위해 심평원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심평원에 따르면 아직까지 건보공단의 구체적인 제안이나 논의는 별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공단 이사장이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한 내용은 들었지만, 아직 건강보험공단에서 별도 요청이나 문의는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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