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응에 큰 역할을 한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특정 돌연변이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등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세계 각국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 몰누피라비르 치료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 패턴 간의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몰누피라비르 사용으로 인한 돌연변이가 이 약에 대한 내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결과가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바이러스 진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조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누피라비르(판매명 : 라게브리오)는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경증 또는 중등도 감염자나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큰 고위험군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서 리보핵산(RNA) 대신 삽입돼 바이러스 게놈에 돌연변이를 유도,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증식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살아남으면 관련 돌연변이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1천500만개 이상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이 포함된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 DB를 분석하고 이를 몰누피라비르 치료와 관련이 있는 특정 돌연변이 패턴과 비교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서 몰누피라비르가 도입된 지난해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몰누피라비르 관련 특정 돌연변이 패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돌연변이 패턴이 확인된 국가 중 상당수는 영국, 호주, 미국, 일본 등 몰누피라비르가 광범위하게 사용된 나라들이었고, 캐나다처럼 몰누피라비르 사용을 승인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관련 돌연변이 패턴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특정 돌연변이 패턴은 몰누피라비르 사용률이 높은 국가, 특히 이 약이 주로 사용된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많았고, 영국의 경우 특정 돌연변이 패턴의 최소 30%가 몰누피라비르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또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암시하는 돌연변이군도 발견했지만 이 돌연변이군과 관련성이 확인된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는 없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테오 샌더슨 박사는 "코로나19는 여전히 인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연구는 몰누피라비르가 새 돌연변이를 일으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케임브리지대 크리스토퍼 루이스 교수는 "이 연구는 몰누피라비르 치료 중 바이러스가 완전히 죽지 않으면 관련 돌연변이가 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몰누피라비르나 유사 약물의 이점·위험 평가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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