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내장 실손 보험금 지급에 관해 보험 가입자가 승소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실손 보험사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백내장 실손보험료 채무부존재’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백내장 수술의 입원이 인정되지 않았고,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백내장 수술을 외래 수술로 간주해서 외래 통원치료비만 지급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실손보험의 잘못된 설계에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으로 보장되는 부분에 더해 비급여 진료를 추가로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가 확대되는 것을 계약 시점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의료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미처 보장하지 못하는 진료영역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보험사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다.
의료 빠른 속도 발전→건보영역 아닌 진료도 확대→인공수정체, 백내장 보편적 수술법 자리매김
백내장 수술만 해도 과거에 없던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보편적인 수술법이 됐다. 또 레이저를 이용해 수술 시 난시를 조절하거나 백내장 수술을 보조하는 술기가 급격하게 도입 됐고, 인정 비급여 수술로 진행돼 실손보험사에는 추가 부담이 됐다.
보험사들은 뒤늦게 지난 2016년 계약부터 다초점 백내장 수술은 제외토록 약관을 개정했으나, 그 전에 가입자가 워낙 많고 그들이 현재 노령층이 돼 백내장 수술을 받다 보니 보험사의 지출이 급격하게 늘었다.
다급한 실손 보험사는 초기에 백내장을 수술한 경우는 시력 교정 목적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계속적으로 보험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백내장은 주로 노화로 인해 발병한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과 같이 경중(輕重)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금 일찍 수술했다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안일한 방법을 법원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에 보험사는 다시 실손보험 입원약관 중 ‘의사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해 실질적인 치료를 받았고 6시간 이상 머무른 경우’를 근거로 제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경우는 외래 수술로 간주하고 통원치료비 한계액 만큼만 지급하면서 이번 분쟁이 일어났다.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 적용 질환, 입원 수술 인정은 당연한 귀결"
그러나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 적용 질환이다. 탈장 수술과 함께 6시간 미만 병원에서 체류해도 건강보험 규정상 입원 수술로 인정된다. 수술 시 합병증 여부와 관계없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백내장 수술도 입원 수술로 판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처럼 잘못된 실손보험 설계는 계속해서 혼란의 씨앗이 됐다. 보험사는 수요를 예측하지도 않고 비보장되는 부분을 보장해 주겠다고 가입시켰고, 가입자는 노안(老眼)으로 고통받는 차에 실손보험이 보장되는 백내장 수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또 하나 큰 문제는 실손 가입자에게 접근해 보험 가입 혜택을 누리게 해주겠다고 유인하는 ‘브로커’들이다.
필자도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으나 정상적인 외래 환자는 결코 수술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의사와 환자 간 충분한 상담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수술을 실시한다.
하지만 브로커와 결탁한 일부 대형 안과는 그들이 어렵게 유인해온 환자를 브로커와의 관계 때문에 돌려보내지 못한다. 브로커들은 보험 가입자 정보를 이용해 환자에게 접근하기도 하며, 소규모 인터넷매체와 SNS 등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광고, 환자 정보를 수집하고 접근해 특정 병원으로 유인하고 있다.
"보험사, 보험금 지급 거부 대신 브로커들 환자 유인행위 차단부터 더 신경써야"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거부라는 카드를 꺼내기 전에 이런 유인행위를 차단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에 대한 실손보험 시장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다.
우선 브로커들 광고부터 옥좨야 한다. 의료광고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 엄격하게 심의하고 있으므로, 의료광고 심의필이 없는 모든 의료광고는 불법적인 광고로 제한돼야 한다.
다만 여기에도 구멍이 있다. 심의를 꼭 받지 않아도 되는 일(日) 평균 10만명 방문자 이하 웹사이트나, 외국계 SNS는 비의료인이 환자 모집을 위한 불법적인 의료광고를 계속해도 제재할 방법이 묘연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수년 전부터 SNS를 비롯한 모든 의료광고에 대해 심의필을 받도록 법제화를 건의하고 있다.
김성주 의원은 지난 2021년 불법 의료광고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누구나 의료인 등에게 법에 따라 금지되는 의료광고를 제작하거나 게시토록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되고, 사전심의를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들이 상호 협의해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 지정한 인터넷 매체를 사전심의 대상에 추가해야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자율심의기구는 의료광고가 법령상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의건수 대비 20%이상 의료광고를 모니터링하고, 인터넷을 이용한 의료광고 모니터링을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당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위탁·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적절한 의료광고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법적인 유인행위를 제재해 과도한 지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계속돼야 한다. 그것이 실손보험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