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미 작년 12월 수준까지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청의 표본감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은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1만1092개소 중 1.8%(196개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 부산 금정구)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자료에 이 같이 나타났다.
호흡기 표본감시제도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제4급 감염병 총 19종(세분류 60종)에 대해 분석하는 질병청의 대표적인 감염병 자료 수집 및 감시 제도다.
자료에 따르면 제도에 참여 중인 의원급 의료기관 196개소 중 이비인후과는 단 1곳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헌 의원은 "호흡기 관련 질환 환자가 가장 많이 찾을 것으로 사료되는 이비인후과에서는 단 1개소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의미한 통계 산출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도별 표본감시기관 분포를 보면,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기관은 ▲경기 43개소(21.94%) ▲서울 36개소(18.37%) ▲인천 11개소(5.61%) 등으로 수도권에 전체 196개소 중 90개소(45.92%)가 위치해 있었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의 표본감시 참여기관 수가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호흡기 표본감시 기관 수가 단 0.38개소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2.3배, 가까운 일본은 무려 10배가 넘는 인구대비 임상감시기관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3년 9월 기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외래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 수)은 벌써 예년 12월 수준인 20.8명까지 도달했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4.9명이었던 수준의 4배 이상 높은 수치며, 올해 독감 유행 기준인 6.5명보다 3.2배 높은 심각한 수준이다.
철저한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및 호흡기 병원체 감시체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질병청의 표본감시 참여기관 수는 참담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백종헌 의원은 "질병청이 산출한 기준에 따르면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기관을 1개소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1만 원 수준"이라며 "질병청은 표본감시 참여기관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