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흡연과 음주 관련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여학생들이 급증한 가운데, 청소년 금연·금주 관련 교육 예산은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성별 흡연 및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환자수 현황’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질병의 10대 이하 여성 환자수가 지난 2020년 1449명에서 2022년 7389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음주로 인한 질병의 10대 이하 환자수도 지난 2020년 4595명에서 6986명으로 52% 증가했다.
10대 이하 남성의 경우 흡연 관련 질병 환자수는 2020년 1666명에서 2022년 2112명으로 26.8% 증가한 반면, 음주 관련 질병 환자수는 2020년 3289명에서 2597명으로 약 21% 감소했다.
이에 따라 흡연과 음주로 인한 환자의 성비가 10대 이하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2020~2022년 흡연 관련 질병 환자수는 여성이 70.3%, 음주 관련 질병 환자수는 여성이 68%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성의 성비가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10대 이하가 유일하다.
다른 연령대의 경우, 흡연 관련 질병 환자수는 20대에서 환자 성비가 10% 내외 차이로 남녀가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30대부터는 남성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음주 관련 질병 환자수도 연령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80대 이상 환자수 성비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10대 이하처럼 여성 성비가 70%에 육박하지는 않았다.
이런 결과는 정부의 청소년 흡연·음주 행태 통계와 차이가 있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파악된 청소년 흡연율은 2022년 기준 남학생 6.2%, 여학생 2.7%였고 음주율도 남학생 15.0%, 여학생 10.9%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흡연과 음주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정애 의원은 “이는 흡연 및 음주 관련 질병 10대 이하 환자수 양상과는 전혀 다른 추이로, 정부가 조사한 흡연율·음주율이 정확한 수치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윤석열 정부 들어 청소년 금연·금주 관련 교육 예산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연도별 청소년 금연정책 관련 교육 예산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예산은 221억3800만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예산이 동결됐고, 현재 국회에 제출된 2024년 예산안에는 183억45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연도별 청소년 금주정책 관련 교육 예산 현황’에서도 청소년 금주교육 관련 예산은 지난 3년간 4200만 원으로 동결된 상황에서 2024년 예산에는 이것조차 전액 삼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청소년 음주폐해예방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건교사, 전문강사 등 절주전문인력양성교육을 실시했으나, 2024년부터는 이를 폐지하고 전 국민 대상 금주 홍보사업만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정애 의원은 “흡연과 음주를 시작하는 연령에 따라 평생 건강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연·금주 교육 예산은 삭감이 아닌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금연·금주 관련 교육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