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자격 유지를 위한 보수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벌써부터 ‘부실 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작 교육을 받는 요양보호사가 아닌 일선 학원들을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전문성 강화와 돌봄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오는 2024년 1월부터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을 의무화 하기로 했다.
의무 보수교육 대상은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후 만 2년 이상 종사하지 않다가 근무 예정인 요양보호사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직업윤리 및 소양 △요양보호 기초 지식 △기본 요양보호 기술 △특수 요양보호 기술 등에 대해 2년마다 8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복지부는 내년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간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5개 시도에서 보수교육을 시범운영 중이다.
제도 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현장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보수교육 내용, 실시 방법, 교육기관 등의 지침을 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교육 접근성 배척, 교육 부실화 우려 등 적잖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논란은 교육방식이다. 집체교육 위주로 설정된 탓에 요양보호사들의 교육 접근성과 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시범운영 지침에 따르면 교육방법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토록 규정했지만 실상은 무조건 오프라인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8시간의 교육 중 온라인 교육은 절반인 4시간 밖에 인정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교육을 별도로 이수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온라인 교육 병행을 통한 근무 중 요양보호사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되 교육의 질 확보를 위해 온라인 교육 시간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요양보호사가 연간 3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보수교육을 위해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들의 교육 접근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프라인 교육을 강제화 하는 것은 교육기관 수익에만 치우친 발상”이라고 힐난했다.
교육기관 자격도 논란거리다. 운영지침에는 보수교육 기관으로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육 실적이 있는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요양보호사 교육기관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교육의 경우 오프라인 교육기관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한 온라인 교육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기관‧단체‧법인으로 제한했다.
즉 오프라인 교육기관에 한해 온라인 교육을 허용한다는 얘기다. 온라인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다른 교육기관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시킨 셈이다.
온라인 전문 교육기관 관계자는 “대면 교육기관에서만 온라인 교육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교육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콘텐츠 질은 물론 운영 및 관리적인 측면에서 온라인 교육 전문기관이 강점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불거진 대면 교육기관인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허위출석 논란도 온라인 교육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활성화와 안정화를 위해서는 요양보호사들의 보수교육 참여를 편리하게 하는 교육방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요양보호사는 “보육교사 보수교육과 마찬가지로 요양보호사 역시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 전문기관을 각각 선정해 교육을 실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보수교육 내용, 실시 방법, 교육기관 등의 지침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의견들을 취합해 올해 중으로 효율적인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운영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대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