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포함 국제연구팀이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새로운 혈액 생검 바이오마커로 '원형RNA(CircRNA)'를 제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국 시티오브호프 종합암센터는 "췌장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혈류를 순환하는 원형RNA를 검출, 췌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전은성, 김송철 교수를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연구진도 참여했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은 2013~2019년 기준 13.3%에 불과하다. 위암, 대장암 5년 생존율은 70% 이상이다. 이는 췌장이 복강 깊숙한 곳에 위치해 췌장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복통 등 환자가 인지할 정도가 되면 이미 암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코자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계속된 가운데, 암항원(CA) 19-9가 한때 바이오마커로 제시됐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이 암항원은 진단에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거듭됐다.
서울아산병원도 “암항원 19-9는 암(癌) 선별이나 진단검사로는 민감하거나 특이적이지 않아 유용하지 않으며, 치료반응의 모니터링, 재발 여부를 지켜보기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몇몇 췌장암 바이오마커 후보 중 원형RNA를 가장 유력하게 봤다.
연구팀은 “이 RNA는 원형이라 선형의 RNA보다 더 안정적이고 반감기가 길며 혈액 내 양도 충분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원형RNA를 정확히 검출, 처리, 분석할 수 있을 만큼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발전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1차 실험에서 원형RNA 10종류의 성능을 확인한 뒤, 그중 5종류를 추려 2차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원형RNA가 진행성 췌장암뿐 아니라 췌장암 1~2기도 명확하게 식별했다. 또 원형RNA 검출로 1~2기와 3~4기를 구별이 가능했다.
또 암항원 19-9보다 진단 정확도가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원형RNA 검출결과와 암항원 19-9 검출결과를 종합하면 더 효율적으로 췌장암 환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원형RNA는 채취한 혈액에서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비침습성, 검체의 용이성 측면에서도 췌장암 조기 검진에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니엘 본 호프 미국 시티오브호프 종합암센터 석좌교수는 “췌장암을 조기 발견하는 방법을 견고히 해나가는 것은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를 제공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소화기내과’ 10월 13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