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최장 758일 생존했다는 국제 연구결과가 나오며 유전자 교정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 e제네시스(eGenesis)와 하버드의대 등 연구팀은 지난 12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고 인간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유전자를 편집한 미니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최장 758일까지 생존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에게 적합하게 돼지 유전자를 변형하고 이를 통해 생산한 신장을 비인간 영장류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이라며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의 인간 대상 임상 시험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유전체 내 특정 DNA를 인식해 교정하는 기술로 유전자 교정 가위로도 불린다. 특정 유전자를 인식하는 단백질 부위와 표적 유전자를 절단하는 효소로 구성되며 유전·난치 질환 치료와 동·식물의 품종 개량 등에 활용된다.
지금까지 유전자 교정 가위는 '징크 핑거'를 시작으로 '탈렌'이 개발됐으며, 2012년 3세대 유전자 교정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개발됐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자르는 단백질 '카스 나인'과 이 단백질을 원하는 위치로 보내는 '운반 RNA(리보핵산)'로 구성되며, 기존 유전자 가위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유전자 교정 기업 툴젠[199800]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신경계 희소병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혈우병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올레익산 함량이 높은 콩과 갈변 억제 감자 등도 개발했다.
생명공학기업 옵티팜은 이종 장기이식에 사용되는 동물의 형질 전환을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교정 기술을 사용했다. 이 회사는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221일 생존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유전자 교정 기술로는 이미 자란 성체 세포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이 어렵고 인간에게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법적, 윤리적 한계도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 관계자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교정할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법률적인 규정이 마련돼야 하고 연구자들의 윤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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