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어깨통증 등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턱 교정을 권유하며 치아 9개를 삭제(grinding)한 치과의사와 관련,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송각엽)는 치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취소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전라남도 전주시 덕진구에서 1990년부터 치과를 운영한 치과의사로, 환자 B씨는 친척 소개로 두통 및 어깨 통증 치료를 위해 A씨 치과를 방문했다.
A씨는 B씨의 파노라마 엑스레이 사진 촬영 결과 등을 토대로 턱이 많이 기울어졌다는 '구치부 교합간섭이 심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턱을 교정해야 두통과 어깨통증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B씨는 임시 턱관절 교합장치를 부착(Temporomandibular Joint resin 고정)하는 교합치료를 진행했다. 이는 교합장치를 탈부착할 수 있는 가역적 방법의 치료다.
치료 이틀 후 두통과 어깨 통증 등이 호전되자, B씨는 비가역적 방식의 교합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는 교합고경(위아래 치아가 물리는 높이) 증가를 위해 9개의 치아를 삭제(grinding) 하고, 치아 및 구강조직의 형태를 음형(陰型)으로 기록하는 인상채득을 진행했다. 이후 임시치아 장착 등 크라운 보철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료를 마친 후 B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B씨는 "파노라마 사진 촬영만으로 턱관절 교정을 진단하고 보철치료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환자 동의 없이 치아 9개를 갈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A씨가 두통 및 어깨 등의 통증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한 크라운 보철치료는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라고 판단하고,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1개월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 "국내외적 치료 사례 증가…환자 통해 효과 입증"
이에 A씨는 "턱관절을 교정해 두통 및 목과 어깨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은 타당성에 대해 견해 대립이 있지만 국내외적으로 치료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20년 이상 턱 교정으로 신체 통증과 질환을 개선하는 데 힘썼다"며 "치의학계는 통상적인 치료방법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효과를 본 환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B씨 또한 턱 교정 치료로 증상이 개선된 지인 소개로 내원해 처음부터 통상적 치과 치료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자격정지 1개월은 처분이 과도해 재량권 일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턱 교정치료는 일반적 치의학적 교정치료 방식이나 절차를 따르지 않았으며 치료법이 임상적으로 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한 과학적 증거도 명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한 "환자 교합 상태로 인해 턱관절 장애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턱관절 문제와 두통 및 어깨 통증과 연관성 역시 판단하기 어렵다"며 "검사와 진단이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크라운 보철치료를 통해 턱을 교정하고 두통과 어깨 통증을 치료한다는 주장은 학문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근거 없는 의료행위는 건전한 의료질서를 해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처벌이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