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 주영수)이 지난 7월 새병원인 본원과 중앙감염병병원 공모를 마치고 설계에 돌입한 가운데,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기부금 7000억원 쓰임새에 다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도 이 기부금이 화두였는데,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사용키로 협약한 5000억원이 잦은 해외출장 및 행정비용 등으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 연말까지 해외출장비만 '4억2000만원' 지출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NM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MC는 해외 감염병병원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해 9월 싱가포르 출장, 올해 7월 미국 출장을 다녀왔으며 12월에는 유럽 출장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9월 싱가포르 출장에는 보건부(MOH), 싱가포르종합병원(SGH), 싱가포르국립감염병센터(NCID) 등 5개 기관에 17명이 3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으며 약 4161만원이 지출됐다.
올해 7월 출장의 경우 미국 벨뷰병원, 존스홉킨스병원, 국립보건원(NIH), 클리니컬센터 및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에모리병원 등에 20명이 6박 8일 일정으로 다녀왔으며 약 2억241만원이 지출됐다.
올해 12월 예정된 출장비용까지 합치면 총 4억2000만원이 해외출장비로 쓰일 전망이다.
김 의원은 "벤치마킹 해외출장을 3차례나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전문 분야별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으로 가야 한다. 자료도 축적돼 있을텐데 너무 쉽게 다녀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일침했다.
이에 대해 주영수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싱가포르 출장에서는 새로운 감염병병원 건축 실태를 처음으로 보는 것이어서 건축 관련 요원이 많이 포함됐고, 해당 경험을 통해 우리의 기술력으로 구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유럽의 대표적 감염병병원과 연구소 역시 마찬가지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부금 사무국 임차료 1년 반 동안 2억원 상회, 연구용역과 순서 오락가락"
서울 중구에 위치한 기부금 사무국 설치와 연구용역의 순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부금 사무국은 2021년 12월 설치됐고,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연구용역 3건은 사무국 설치 1년 뒤 실시됐다.
김미애 의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및 운영 마스터플랜 용역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는데, 일반적으로 종료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설계용역을 진행하는 게 맞다. 병행 추진하는 게 맞냐"고 물었다.
기부금 사무실 운영 비용도 만만치 않게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NMC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기부금 사무실 임차비용으로 약6537만원이 지출됐는데, 올해는 6개월 동안 약1억2848만원이 지출됐다.
김 의원은 "작년 계약한 사무실이 올 연말 만료되는데 새 사무실(기승빌딩)에 또 임차해 이중지출되고 있다. 현재도 기존 빌딩에서 근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사무국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미래기획센터 등 타 부서도 함께 근무하는데 기부금 없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질타했다.
주 원장은 "고액기부 특수성이 커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NMC 간 집행기준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현재 연구를 병행해 진행하고 있으나 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맞춰 운용 가능해보인다"고 해명했다.
또 우려되는 대목은 '기부금만으로 사업 수행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총사업비 없이 기부금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인데, 이 경우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에서 제외돼 추가적 국가 예산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김미애 의원실이 기부금만으로 충당 가능한지 질의한 결과, NMC는 기부금 운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답변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중앙감염병병원은 적자 발생 위험 부담이 큰 기관인데, 기부금 운용을 통한 추가 수익 발생을 어떻게 장담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주영수 원장은 "이후 건축비, 여러 물가상승으로 인해 발생할 부분까지는 명확한 계획을 추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효율적 기부금 운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기부자 뜻이 훼손되지 않고 국가 최고 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