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원 30주년을 맞은 이대목동병원은 비뇨기병원과 여성암병원을 필두로 재도약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무난히 극복하며, 지난 2018년 자진 철회했던 상급종합병원 지정도 되찾으면서 역할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시 정책으로 숙원이었던 병원 공간 확대의 기회도 열렸다. 신종 감염병이 창궐했던 지난 2020년 2월 임기를 시작해 연임에 성공하며 어느덧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유재두 이대목동병원장[사진]을 만나 긴 터널을 지나왔던 과정과 향후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편집자주]
Q. 두 번째 임기가 4개월가량 남았다. 소회를 밝히면
2020년 2월에 병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외과의사로 환자안전 부서를 1년 정도 담당한 뒤 병원장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업무 및 조직 파악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코로나가 유행했다. 운전에 비유하면 초보 운전자인데 고속도로를 달리게 된 셈이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각 부서와 파트의 직원들이 적극 도와주고, 운도 조금 따랐다. 코로나를 잘 넘기고 이대목동병원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닦는 일들을 할 수 있었다.
Q. 임기 중 주력 사업은
이대목동병원이 올해 30년을 맞았다. 한 사이클이 완성된 것이다. 개원 당시 함께 했던 교수, 직원들이 정년 퇴임하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들이 들어오면서 내부 역량이 쌓이고 시스템이 안착됐다. 그러나 동시에 시설, 진료환경, 환자안전과 관련해 미비한 부분들도 눈에 띈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반납했던 상급종합병원 지정도 다시 추진했다. 중요한 사업이었는데 잘 마무리가 됐다.
Q. 상급종병 중 병상 수가 가장 적다
그렇다. 700병상이 조금 넘는다. 우리는 작지만 효율적으로 진료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다. 이대목동병원은 10년 전에 여성암병원으로 특화해 성과를 냈다. 병원 인지도나 환자 만족도 모두 높았다. 또 다른 진료 영역 개척이 필요하다고 여겨, 비뇨의학과 분야를 육성했다. 병상 수보다는 의료의 질과 특화에 집중한 것이다. 앞으로는 혈액암 분야에 초점을 두고 암 분야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여성암병원과 비뇨기병원을 중심으로 진료 영역을 넓히며, 작지만 강한 병원으로서 포지셔닝할 것이다.
Q. 이대목동병원의 30년 근속자가 80명이다. 인력 운영의 비결이 있다면
병원은 많은 직종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병원장이 속속들이 다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다. 중간 관리자가 직접 직원과 소통하고 대면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간관리자 교육 및 역량 강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다른 비결을 꼽자면 '자부심'이다. 이대목동병원의 역사는 30년이지만, 이화의료원의 역사는 길다.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교직원들이 오래 근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용적률 확충 사업 허가…중환자실, 신생아실 공간 확충"
"숙원사업인 주차장 확장 준비 중"
"병원 관련 정부 정책이 좀 더 유연했으면 하는 아쉬움 있다"
Q. 시설 및 장비 업그레이드 진행 경과는
이대목동병원은 다행히 서울시로부터 용적률 확충 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중환자실, 신생아진료 공간을 확충하려고 한다. 수술실을 늘리고, 중환자실의 경우 감염 우려를 대비해 1인실로 만들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대목동병원의 숙원사업인 주차장 확장도 추진 중이다. 30년 전에 지어지다보니 주차장 공간이 너무 부족해 환자와 교직원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Q. 3년 반 넘게 병원을 경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가끔 병원장이 '램프의 지니였으면~' 한다. 뭐든 다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어진 조건 내에서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고 하면 병원 관련 정부 정책이 조금 유연했으면 한다. 예컨대 서울시가 용적률을 120% 완화하는데, 수반되는 조건이 많다. 감염 우려를 위해 병상 간 공간 확보 기준의 경우도 그렇다. 정책을 따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공간이 없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적용이 있으면 좋겠다.
Q. 변화의 시대를 맞아 병원장이 갖춰야 할 리더십은
병원 내 세대 차이가 굉장하다. 의대생부터 정년을 앞둔 교수, 심지어 정년 후 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도 있다. 20대부터 70대가 함께 근무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든 다양한 직종이 함께 일한다. 항공모함에 5000명 정도가 근무하는데, 함장이 각 분야를 다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병원 내 팀 리더나 각 부서의 리더가 자율성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 리더와 상위 리더 간 소통이 잘 돼야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잘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MZ세대는 지시보다는 이해가 선행돼야 업무를 수행한다. 과거에는 깃발을 들고 앞서가는 리더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리더가 중요하다고 본다.
Q. 이대목동병원이 그리는 '미래 병원'은
미래 병원이라고 하면 '스마트 병원'이 쉽게 떠오른다. 로봇이 수납을 해주고, 병상 이동을 돕는 등의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아무리 센서가 좋고 자동화되며 로봇이 일손을 돕는다고 하더라도 환자 옆에서 진료하고 돌봐줄 사람 역할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본다.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 진료와 안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과학기술이 돕는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미래 병원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