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인력난이 해를 거듭할수록 가속화되는 가운데 챗GPT를 비롯한 초고도 인공지능(AI)이 이들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지난 10월 27일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의료와 인공지능 : 기회와 도전 과제’를 주제로 학술위원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광준 연세의대 노년내과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등에서 전공의 수급난이 장기화되며 의료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특히 지방 일부 권역센터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어 지정을 철회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가피하게 전공의를 선발하지 못한 병원은 전임의나 주니어 스텝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이 병원 관례다.
김광준 교수는 “전공의를 다른 의료진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결국 의료진 부담 가중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료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병원 입장에서도 인건비가 늘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 부족사태 해답은 ‘인공지능(AI)’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엑스레이를 찍고 이를 옮기는 것이 의사 일 중 하나였지만 ‘PACS’라는 디지털 기술이 도입된 이후 더이상 의사가 하지 않게 됐다”며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공의 부족 사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미 음성인식서비스나 챗봇 서비스 등 다양한 AI 기술을 임상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챗GPT는 이러한 수준을 넘어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것이 김 교수 주장이다.
챗GPT가 미국과 일본 등 여러 국가 의사 국가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됐다.
김광준 교수는 “의료계에서도 챗GPT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챗GPT에 방대한 양의 환자 검사결과를 입력하고 수치 등에 대해 질문했을 때 빠른 시간 내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숫자를 묻는 수준에서 나아가 CRP(염증 정도 표현 지표) 변화와 그 의미 등을 물었을 때도 전공의와 유사한 수준의 답변이 돌아왔다”며 “AI모델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도가 향상되기 때문에 향후 충분히 인간 지식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AI, 환자 입원기간 고려한 경영적 측면까지 예측”
김 교수는 의료계에서 AI 기술이 단순히 의사를 돕는 보조 수준을 벗어나, 향후 진료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김광준 교수는 “의료 패러다임이 병원,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비대면 진료”라며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를 겪으며 환자 인식이 변해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을 활용한 진료가 증가할수록 고도화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자료가 쌓인다”며 “결국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계에서도 기계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내비게이션이 첫 등장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꼭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며 “AI가 의료계에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맡게 될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챗GPT는 의사국시뿐 아니라 영상 분야와 의료정보 분야 등 다양한 전문의 시험 역시 가볍게 통과한 바 있다.
김광준 교수는 “물론 시험만 통과한다고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의료 AI는 여러 진단을 감별해야 하는 상황뿐 아니라 환자 입원 기간을 고려한 경영적 측면을 예측하는 등 다음 단계의 고민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가 단독으로 진료하는 상황에서 장래에는 의사와 AI 병행진료가 이뤄질 것”이라며 “더 먼 미래에는 AI 진료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져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