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향상 핵심 전략으로 환자와 의사가 함께 결정하는 ‘공유 의사결정’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에서 수립 중인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 역시 환자안전 정책부터 참여 주체를 환자와 보호자로 지정하고, 환자와 보호자 활동 참여 확대를 제1 핵심과제로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대한환자안전학회 제17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서희정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중앙환자안전센터 부장은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이 이제 막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를 마쳤다”며 “환자안전 향상을 위해 언급된 다양한 전략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담겼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8~2022년 시행된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에 대해 “국내 환자안전과 관련된 인프라가 아무것도 없었던 상황에서 사고 보고와 그 안에서 환류체계를 만드는 데 많은 중점을 뒀다”며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의 가장 큰 차별점은 환자안전 관련 정책의 핵심 참여 주체를 환자와 보호자로 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와 보호자 단체에 대한 역량강화 지원과 더불어 사고 발생 시 소통 프로그램, 의료진 간 의사소통 훈련,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참여’는 이날 환자안전 향상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거론됐다.
제1부 세션 좌장을 맡은 김효선 대한간호협회 지역환자안전센터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지난 2021년 발표한 글로벌 액션 플랜의 첫 번째 실행지침으로 환자와 가족을 안전한 치료 동반자로 참여시킬 것을 지시했다”며 “의료인들 노력만으로는 환자안전을 담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환자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회장은 ‘환자 시각에서 본 환자 참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지금까지 환자는 전문가들이 해주는 의료서비스를 가만히 받는 수동적인 존재에 그쳤다”며 “이제 환자도 자신의 질환에 대해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의료진과 의사결정에 대해 상의할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이해력 향상 위한 연구·지원 등 필요”
홍석철 환자-의사가 함께 하는 의사결정 모형개발 및 실증연구사업단 사무국장은 “공유의사결정은 단순히 과학적 근거뿐만 아니라 환자가 어느 가치를 더 선호하는지를 반영해서 상호 합의하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의료정보를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 주는 도구 등 공유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제 막 물꼬가 트인 단계”라며 “사업단에서는 공유의사결정의 실제 모형을 만들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정해 한양사이버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유의사결정을 비롯한 환자참여는 환자의 만족도를 향상하며 이는 질병 관리에 긍정적 결과로 이어진다”면서도 “의료정보에 대한 환자들의 낮은 이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인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의 진미향 부회장은 패널토의에서 “환자 참여형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지려면 우선 환자 눈높이에 맞는 의료 사용이 이뤄져야 한다. 가령 대면진료 시간을 늘리기 어렵다면 의무기록지나 진료기록지를 환자의 언어로 쉽게 이해할 수 잇는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에서 의료 용어를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석해주는 메디컬 소셜 워커와 같은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환자단체에 의료전문가를 지원해주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희정 중앙환자안전센터 부장은 “환자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 아직은 굉장히 적다”라며 “환자참여가 중요하다는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