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5배 높은 '저항성 고혈압' 코호트 수립으로 약 1200명의 저항성 고혈압 환자가 모였다. 진료지침을 목표로 진료의견서를 개발하고 최근 공식 학술지에 게재했다. ”
박성하 연세의대 심장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국제교류이사)는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임상현)가 개최한 2023 추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추계 학술대회를 통해 고혈압 팩트시트 2023(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3)을 발표하고, 저항성 고혈압 ‘진료의견서’를 공식학술지 ‘임상 고혈압(Clinical Hypertension)에 출판했다.
이번 고혈압 팩트시트 2023은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가 지난 1998~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21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다.
한국 성인 평균 혈압 및 고혈압 규모, 관리 수준, 특수집단 고혈압 현황으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 고혈압 유병자들 혈압 분포를 처음 파악했다.
고혈압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2021년 기준(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 20세 이상 성인 28%, 30세 이상 성인 33%가 고혈압에 해당돼, 무려 1230만명이 고혈압 인구로 집계됐다.
유병률 등 자료 부족···진료지침없는 '저항성 고혈압'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8년 당시에는 심뇌혈관 고위험 고혈압 환자 중 2.4%만이 혈압이 조절됐지만 2019-2021년에는 그 수치가 28.6% 수준으로 약 12배 상승했다.
고위험 고혈압 관리가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고위험 고혈압 환자 중에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혈압 90mmHg 이상인 사람도 여전히 47.6% 가까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고혈압 치료를 위해 적극적 관리가 필요함에도 고혈압 치료제를 아예 복용하지 않거나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서 혈압이 높은 사람이 400만명 이상이라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동안 고위험 고혈압 환자로 분류됐던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 대해 적절한 진료지침이 없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경각심을 갖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추계학술대회 기간에 저항성 고혈압의 진단, 예후, 치료를 총망라하는 진료의견서(consensus document)를 마련하고 공식 학술지인 ‘임상 고혈압’에 출판하게 됐다.
진료의견서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후 자신 의견을 기록한 서식으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내린 진단과 이에 대한 의견 등을 개진한 문서를 일컫는다.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정책이사(서울의대 교수)는 “임상적 중요성과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질병코드를 따로 분류해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라며 “유병률, 예후 등 자료도 부족하고 국내 진료지침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출판 배경을 밝혔다.
신진호 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한양의대 교수)는 “아직 국내 저항성 고혈압과 관련된 연구가 많지 않지만 국내에 적합한 진료지침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1200명 저항성 고혈압 환자 데이터 모아 진료지침 마련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71%로 대다수 환자들이 1~3개 약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0~15% 수준인 저항성 고혈압은 약물치료를 해도 혈압 조절이 잘 안되거나 4제 이상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저항성 고혈압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다른 고혈압에 비해 1.5배 높고, 말기신부전증 발생 위험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이상 약제를 사용함에도 조절이 안되는 치료불응고혈압(refractory hypertension)의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5배까지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런 이유로 저항성 고혈압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새로운 고혈압약들이 개발돼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신장동맥신경 차단술 등 시술적 치료도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박성하 대한고혈압학회 국제교류이사(연세의대 교수)는 “질병관리청 지원 하에 저항성 고혈압 코호트(한 그룹으로 묶인 집단)가 수립돼 2023년 현재까지 15개 대학병원에서 약 1200명의 저항성고혈압 환자 코호트가 구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료의견서를 마련하고 코호트를 구축한 이유는 해당 데이터들이 향후 국내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위험 고혈압인 저항성 고혈압을 주목케 하므로써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국내 고혈압 진료 의료진들에게 저항성 고혈압의 진료지침서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