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집도의가 변경됐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대학병원 교수와 관련, 1개월 의사면허정지 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강동혁)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면허자격정치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부산 해운대구에 소재한 대학병원에서 영상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는 의사다.
같은 병원 혈액종양학과 교수 B씨는 간내 담관암 말기 병력 환자 C씨와 관련해 "2018년 7월 30일 오전 내지 오후경 경피경간담도배액술(PTBD)이 필요하다"며 영상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A씨는 해당 날짜에 당직근무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집도의로 지정됐다.
그는 시술 시행 전 전공의를 통해 본인이 집도의로 기재된 동의서에 C씨 보호자 동의를 받았다.
수술 동의서에는 '수술 과정에서 환자 상태 또는 의료기관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집도의가 변경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전에 공지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7월 30일 수술 당일, B교수는 C씨가 패혈증 양상을 동반해 상태가 나빠질 위험이 있어 당장 시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긴급한 협진 요청에 당시 영상의학과에서 근무하던 D교수가 퇴근을 미루고 시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환자 C씨는 시술 다음 날 사망했으며, 유가족은 수술동의서에 기재된 집도의와 실제 집도의가 다르다는 이유로 해운대구보건소에 민원을 접수했다.
해운대구보건소장은 집도의 변경에 관해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A씨에게 과태료 240만원을 부과했다.
보건복지부는 또한 "A씨는 집도의가 변경됐는데 사전에 환자 및 보호자에게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다"며 A씨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등에 근거해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A씨 "시술 전 구두로 집도의 변경 가능성 설명 후 동의 받아"
하지만 A씨는 "집도의 변경에 대해 사전에 환자에게 구두로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환자에게 집도의 변경 사실을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과실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실제 시술을 집도한 의사 D씨는 사전에 보호자에게 구두로 집도의 변경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집도의 변경을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사회통념상 의사가 지녀야 할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심하게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수술동의서에 부득이하게 집도의가 변경될 수 있음이 명시돼 있고 보호자는 집도의 변경 가능성을 일정 부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그들은 "이번 사건은 환자의 위급한 건강상태에 따라 신속한 시술을 위해 집도의가 불가피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을 집도한 의사 D씨가 A씨보다 고연차 전문의로 2017년에서 2018년까지 2년 동안 경피경간담도배액술 65건 등을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집도의 변경으로 환자 치료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사면허자격정치분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