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SG 평가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무더기로 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D등급을 받은 기업 수는 줄었지만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여전히 ESG 경영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ESG기준원(KCGS)이 공개한 2023년 ESG 평가 및 등급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의료기기(진단포함) 기업 중 65곳이 하위권인 C(취약), D(매우 취약) 등급을 받았다. 조사 대상 제약바이오 기업 106곳 중 61.3%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D등급을 받은 기업은 36곳이다.
덴티움, 에스메디, 메타랩스, HLB글로벌, 삼성제약, 신풍제약, 쏄마테라퓨틱스, 에스디바이오센서, 에이프로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오리엔트바이오, 웰바이오텍, 유유제약, 인바이오젠, 진원생명과학, 파미셀, 팜젠사이언스, 나노엔텍, 네이처셀, 메디톡스, 메지온, 바이넥스, 바이오니아, 박셀바이오, 삼천당제약, 셀리버리, 셀트리온제약, 에스티큐브, 엔케이맥스, 오스코텍,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젬백스, 카나리아바이오, 한국비엔씨, 현대바이오 등이 포함됐다.
반면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중 A등급을 받은 기업은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에스티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LG화학, 유한양행, 일동홀딩스, 한독, HK이노엔 등 10곳으로 중소 바이오기업은 한 곳도 없다.
KCGS는 역사가 깊은 전통 제약사, 대기업은 ESG 성적이 우수한 편이지만, 중소 바이오벤처는 하위권 성적에 머문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ESG 경영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기업의 경우 ESG 전담 부서를 꾸리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반면 대부분의 중소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 비용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D등급을 받은 바이오 기업 중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다수 있다.
셀리버리는 올해 1분기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지난 3월부터 거래가 정지돼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으며, 지난해 말 146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17억원으로 87.4% 감소했다.
박셀바이오는 2020년 9월 상장 후 현재까지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박셀바이오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8년 24억 원, 2019년 40억 원, 2020년 42억 원, 2021년 59억 원, 2022년 82억 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임상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에서 78.06%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버리는 자금난으로 인해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파이프라인 정리를 통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최근 20여 개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단했으며, 셀리버리도 6개 파이프라인 대한 개발을 중단했다. 제넥신은 단장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GX-G8의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이와 관련,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중소 바이오기업들이 임상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ESG 경영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2025년부터 공시 의무가 본격화되는 만큼 ESG 경영이 미흡할 경우 투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