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 병원에서 간호사 알선 플랫폼 기반으로 교대 근무 시간을 선택하는 '긱 워크'(gig work·초단기 임시직 노동)로 전환하는 간호사가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간호사 수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는 병원 측,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근무 유연성에 끌린 간호사 측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이 때문에 환자 치료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고 AFP통신이 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간호사 제시카 마르티네스(38)는 미 뉴저지주 패러무스에 있는 '버건 뉴브리지 메디컬센터' 병원에서 초단기 임시직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과거 자신이 일주일에 7일, 8시간씩 교대 근무를 해왔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하루꼴로 적게 일한다"며 정규직 간호사보다 지금의 임시직 간호사가 임금이 최소한 30%는 높다고 AFP에 말했다.
이런 흐름의 동력은 우선 병원들이 간호사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임시직 간호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나온 간호사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의 여파로 미국 내 간호사 10만명가량이 일을 그만뒀다. 또 61만명 이상이 스트레스와 번아웃(육체적·정신적 탈진)이나 은퇴로 인해 2027년까지 일을 그만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간호사 수가 작년 기준 약 52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는 상당한 노동력 감소에 해당한다.
마르티네스가 일하는 병원의 데버러 비스코니 대표는 "많은 사람이 조기에 은퇴하거나 직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면서 의료 분야에 인력 부족 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병원은 '케어렙'(CareRev)이라는 간호사 알선 플랫폼과 협력하기 시작했으며, 이곳을 통해 약 150명을 충원했다.
비스코니 대표는 "몇 시간 안에 곧바로 교대근무를 할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의 장점을 강조했다.
다른 초단기 임시직 간호사 알선 플랫폼인 '아야 헬스케어'(Aya Healthcare)에 따르면 작년 이곳을 통해 채워진 간호사 교대 근무 건수는 54% 불어났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두 자녀를 돌보면서 아야 헬스케어를 통해 임시직 간호사로 일하는 한 34세 간호사는 이제 가족 일과를 병원 근무표에 끼워 맞추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만 간호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더 잘 쓰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 등은 이런 초단기 임시직간호사 급증이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 최대 간호사 노조인 전미간호사연합(NNU)의 미셸 머혼은 "이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는 준비 부족이다. 예를 들어 응급 상황이나 환자가 몰려들 때 대응할 현장 간호사가 충분히 있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호사가 일터에 익숙하지 않아 구명 장비의 위치를 모른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주리주 병원에서 초단기 임시직 간호사들을 교육하는 간호사 세라 드와일드는 이런 우려가 이미 일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드와일드는 "이 때문에 나는 내 환자에게서 떨어져 그들(임시직 간호사)이 그들의 환자를 돌보도록 돕고 있다"며 결국 자신이 이들의 일을 거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현장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나는 과로 상태이며 일에 치여 있다"며 임시직 간호사가 급료를 2배로 받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는 많은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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