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제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방 진료비 대비 낮은 한방 약품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충석 경방신약 부장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한약제재 산업 활성화 방안' 정책 포럼에서 한약제제 건강보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이다. 현재 한약제제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한방 약품비 비중이 유독 낮고 크게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진료비(98조1000억 원) 중 한방 진료비(3조1000억 원) 비중은 3.21%에 불과했으며, 같은 기간 약품비(22조8000억 원) 중 한방 약품비는(369억 원)는 0.16%에 그쳤다.
한 부장은 한약제제가 한의사로부터 외면받는 이유에 대해 "한약제제는 사용해도 처방료가 없어 한의원에 큰 경제적 이득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약효 위주가 아닌 고시가격 기준으로 처방 사용량이 몰리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시가격이 낮은 단미의 경우 2011년에서 2022년 청구액이 10.3배 증가한 반면 고시가격이 높은 혼합(오적산)의 경우 같은 기간 청구액이 5.9% 감소했다.
다만 청구건수가 늘어도 약품비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청구건수는 2011년 1만1513건에서 2022년 2만4986건으로 217%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한약제제 약품비는 42.2%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약제제를 생산, 공급하던 다수의 제약사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부장은 "한약제제 사용량 정체 및 시장규모, 규제 기준의 변화 등으로 대부분의 한약제제 공급사가 탄산업으로 전환했다"며 "2010년 한약제제를 공급하던 곳 중 현재까지 공급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한 곳은 폐업했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한약제제 산업 활성화를 위해 건강보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찰료·검사료·처치료·처방료와 약제비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방건강보험 고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부장은 "2014년 약가 산정방식 도입 시 주기적 인상을 약속했다"며 "제조원가 산정방식 개선으로 정당한 의보수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 부장은 "한약제제 산업이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는 사실 제약회사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없어진 상황에서 사실 제약회사는 규제를 쫓아가기도 바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한약제제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R&D(연구개발)가 이어져서 신약이 만들어지고 선순환이 돼야 한다"며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