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문제를 비롯해 올해 약 4개월 간의 파업 발생 등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은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이 결국 폐원 위기에 놓이게 됐다.
12일 광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시로부터 광주시립제1요양병원과 광주시립정신병원을 수탁하고 있던 빛고을의료재단이 최근 이사회에서 포기 안건을 논의, 조건부 운영 포기를 결정하고 이를 시(市)에 통보했다.
광주시가 내년 예산에 병원 지원금 13억8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재단은 "적자와 운영난을 해소할 수 있는 규모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광주시립제1요양병원과 시립정신병원의 갈등은 빛고을의료재단이 운영을 맡은 올해 2월 1일부터 심화됐다. 재단이 오는 2028년 1월 31일까지 5년 간 운영을 맡으면서 적자 해소를 위한 변화를 꾀했고, 이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재단은 임금 개편, 복지 축소, 연봉제 등을 추진했다. 운영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측은 "재단이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6명을 해고하고 5명을 징계했다"며 "임금을 삭감하고 근로조건을 후퇴시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병원은 기다렸다는 듯 직장폐쇄를 선언했다"고 주장해왔다.
그 결과 올해 6월 15일부터 9월 6일까지 노조는 직원 복직 및 단체협약 승계 등을 요구하면서 84일간 파업을 벌였다.
그 사이 물리적 충돌 및 경찰 고소까지 벌어졌다. 단전 및 단수·농성장 에어컨 가동 중단·노조 셔틀버스 탑승 거부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병원 로비에 노조 조합원이 모여 강연회를 진행하던 도중, 비조합원인 의료진을 밀친 일이 있었다는 이유로 병원 측은 노조 조합원 7명을 고소했다.
구체적으로 당직 의사와 응급진료보조원을 집단폭행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노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조합원이 화장실에 가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지만 그들은 의료진이 아닌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이었을 뿐"이라며 해명했다.
파업의 여파도 컸다. 노조는 "파업을 종료했지만 재단 측은 쟁의행위 철회에 대한 확약서 서명을 요구하면서 서명하지 않은 이는 파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직장폐쇄를 유지 중"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광주시도 중재를 위해 노력했다. 노조의 요구에 광주시는 그동안 "공익적자에 대한 지원은 타 자치단체의 전례도 없으며 다른 공공기관과 형평성에 비춰 선례를 남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공익 적자지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광주시의회는 운영지원안도 마련했다. '광주시립정신병원 및 요양병원 설치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해 병원 운영 수탁사업자에게 예산 범위 내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재단 입장에서는 인건비 및 운영자금으로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며, 곧 임금체불까지도 예상될 만큼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광주시립제2요양병원도 위기다. 전남대병원이 개원부터 운영을 도맡아왔지만 적자 등으로 인해 재계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민간위탁 운영자를 구하지 못한 시의 요청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만 연장 수탁하기로 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