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간 코로나19 대응 역량을 축적해온 우리나라가 감염병 대응 예산·인력을 줄이는 등 감염병 관리와 관련해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외감염병정보센터’를 설치해 선제적으로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고, 향후 이를 우리나라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모였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제8차 K-생명바이오 포럼 : 국외감염병정보센터설치 필요성과 국제보건협력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스, 메르스에 이어 지난 3년 간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기후 변화 등으로 신종 감염병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민석 의원은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다. 국외감염병정보센터를 구축해 조기 경고시스템 역할로서 공중보건과 보건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대한검역학회 회장)는 “기존 감염병 정보 관련 국내 업무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서는 감염병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질병관리청 위기대응분석관과 검역소 해외감염병신고센터·질병대응센터가 고유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 교수는 “검역소 해외감염병신고센터는 감염병 병원체·매개체 감시사업과 해외여행자 예방접종증명서 등의 업무수행으로 실질적 국외 신종감염성 질환에 대한 정보수집 및 분석에 대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주춤하니 예산을 축소하고 인력도 재배치하고 있는데 안타깝다” 며 “기후변화로 어떤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흔들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평화시대라고 군대를 없애는 것은 아니지 않냐”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 미국은 감염병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1000억원 단위 돈을 투입하고 활동 인력도 수천명에 이른다. 다양한 분야 전문 인력을 20여 개국에 파견하고 데이터를 확보, 그것을 분석해 자국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사스·메르스·코로나, 검역단계 차단했다면 비용 10조원 이상 절감”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국외감염병정보센터 운영은 합리적이라는 게 이윤현 교수 시각이다.
2002년 사스, 2015년·2018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4회로 본다면 이중 국외감염병정보센터 운영으로 1회를 선제적으로 검역단계에서 차단에 성공했다면 2018년 메르스 기준 약 10조8000억원이 절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에 의한 조기사망으로 약 156조원의 경제손실과 국가 전체 총 7조5887억원(2022년 6월까지) ▲치료비 3조6000억원 ▲진단검사 비용 1조4000억원 ▲신속항원검사 1조2000억원 ▲백신접종 1조3000억원)이 지출됐다.
이중 50%를 사전에 차단하면 약 5조원 수준의 경제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해외에서 감염병 정보를 수집해오더라도 정보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료현장 시각도 제기됐다.
연세의대 염준섭 내과학교실 교수는 “현장 의사들은 다양한 매체·소식지를 통해 감염병 정보를 받는데, 의미부여 및 해석은 부족하다”며 “특정 지역에서 특정 질병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넘어 어떤 의미와 가능성이 있는지 정제되고 분석된 고급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외감염병정보센터는 정부수집 뿐 아니라 전문성을 발휘하는 전문가 양성 기관으로도 활약해야 한다”며 “우링게 생소한 영역이 많기 때문에 지역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현지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