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제약 노조가 유주평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고발 건이 최근 무혐의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표 선임 과정에서 불거졌던 ‘경영권 찬탈’ 의혹 관련 직무집행정지 신청도 법원이 최종 기각하면서, 사실상 오너 2세 간 경영권 분쟁에서 동생인 유주평 대표가 승기를 잡게 된 모양새다.
다만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유주평 대표 측이 오빠인 유우평 전(前) 대표가 받고 있는 횡령 등 관련 소송 사실을 공개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 2세 본인들도 기존에 내세운 주장을 바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우평 부회장은 ‘경영권 찬탈’을 주장하고 있고, 유주평 신임 대표는 일관되게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이사 교체 두고 업계 '리베이트 고리 끊기' 해석도
유영제약은 고(故) 유영소 회장이 1981년 한중제약을 인수해 설립했다. 창업주가 2007년 별세한 직후 2대 회장에 아내 이상원, 대표이사에 창업주의 장남 유우평 전(前) 사장이 올랐다.
당시 장남인 유우평 사장 여동생인 유주평 재경팀 상무는 처음으로 회사 사내이사에 올랐다. 이후 인재관리 총괄 전무, 영업마케팅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문제는 금년 초 유주평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유우평 현 부회장이 돌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기로 하면서 오너 2세 간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53세인 유우평 부회장이 회사 실적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돌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갔다.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던 시기 유영제약 리베이트도 거론됐다.
앞서 유영제약은 지난 2012년 의사들에게 17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지급한 혐의로 임직원 100여 명이 연루된 사건이 터졌다. 2015년에도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491명(의사 292명, 회사 임직원 161명, 병원 사무장 38명)이 연루된 45억 규모의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2017년 유영제약 영업본부장 상무이사 등 임원이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확정받았고, 보건 당국은 4년만인 2021년 관련 품목들에 대해 판매정지 처분 내렸다.
때문에 업계에선 2017년 유주평 당시 본부장이 처음 부사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올해 대표이사가 유주평 사장으로 교체된 것을 두고 리베이트 고리를 끊기 위한 변화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오너家 남매 갈등에 노조도 가세하면서 시끌
문제는 대표 교체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경영권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유우평 전 대표가 사임을 종용 당했다며 이른바 ‘경영권 찬탈’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유우평 부회장은 유주평 현 대표의 협박으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유우평 부회장과 모친 이상원 회장은 법원에 유주평 대표를 포함 일부 인원을 임시주주총회 개최금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여기에 유주평 대표 선임과 관련해서 내부 불만도 나왔다. 금년 6월 설립된 유영제약 노조는 신임 유주평 사장을 일방적 업무지시, 인력이탈 등 부당노동행위 사유로 9월에 노동청에 고발했다.
김재현 노조위원장은 개인 채널을 통해 “유영제약은 대표 변경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일방적인 업무지시와 근로자를 대하는 태도는 도구와 같았다. 근로자 모든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조직문화가 발전되는 조직 문화”라고 지적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유주평 대표 '무혐의' 결정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8월 29일자로 자진 취하했고, 노조 고발 건도 최근 무혐의 종결됐다.
이와 관련, 유영제약 측은 “경영권 찬탈은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 유우평 전 대표가 서울지방법원에 유주평 현 대표 등을 채무자로 한 가처분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표 변경 건도 유우평 전 대표는 본인이 선임한 변호사 입회 하에 합의서와 사임서, 등기서류 등을 직접 서명했다”며 “협박과 강요로 사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법원 결정에 따라 입증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 건과 관련해서도 “노조의 유주평 대표 고발 건은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덧붙였다.
유우평 前 부회장, 경찰 수사 등 복귀 '빨간불'···경영 시험대 오른 유주평 대표
당장 유우평 부회장의 가처분신청도 자진 취하했고, 유영제약이 유우평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관련 수사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유우평 부회장의 경영권 회복에는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유영제약은 비상장사로 유주평 부회장 개인 지분 외 세부 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총에서 대표 변경이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우호 지분이 컸을 가능성도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지분율은 따로 변동사항이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유우평 부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회사 지분이 43.29%로, 회사가 최근 공개한 IR 자료에 따르면 대표 변경이 이뤄진 올해 유주평 현재 대표 지분율은 33%로 나타났다.
여기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만큼 악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당 사실은 유영제약 측이 경영권 찬탈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공개해 최초로 알려졌다.
다만, 유영제약 회사 입장에서는 오너일가 갈등이 봉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유주평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실적 여하에 따라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어질 수 있다. 유우평 부회장은 직전 3년 동안 대표로 회사를 이끌 당시 매년 실적이 상승했다.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시장에서도 신임 사장에 대해 긍정·부정 여부가 갈릴 수 밖에 없다. 두 오너 2세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 제약업계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