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 최대 주주에 도전했던 을지재단 산하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결국 자진 철회를 결정하며 한발 물러섰다.
방통위 전체 회의에서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이 사실상 부결됐고 여론 악화에 따른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지위를 놓고 연합뉴스와 을지재단이 벌이던 신경전은 일단 멈춘 상태지만 시민단체가 박준영 이사장 부부를 고발하는 등 공방으로 인한 여파는 계속되는 모습이다.
을지재단은 지난 11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을지재단은 "방통위 공정한 심사 결과를 존중하고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을지병원과 을지학원 내실화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하에 안건을 철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 실현을 꿈꾸며 용감한 도전을 했고 공익법인 역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연합뉴스TV 주주로 돌아가 연합뉴스TV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며 맡은 자리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정은 이날 오후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이 사실상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방통위는 을지재단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
심사위원회 불승인 의견을 따르되 행정절차법상 필요한 사전통지를 거친 뒤 최종 결정하기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부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민규 중앙대 교수를 포함해 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는 을지학원이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간 이해충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보도채널로서 공적 책임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다수 의견을 제시했다.
또 유상증자 등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채널명 변경에 따른 구체적 검토가 미흡하며 방송사업 수익이 을지학원 수익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을지재단이 방통위 결과를 받아들인 이유에는 최다액출자자 신청 이후 불거진 여론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연합뉴스는 을지학원이 방통위에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한 점이 알려지자 특별취재팀을 꾸려 재단을 향한 비판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을지대병원 내부 직원과 시민단체가 합류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차봉은 노원을지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연합뉴스TV 인수에 대해 병원 내부 직원들은 허탈하고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차 지부장은 "병원은 그동안 직원 복지와 처우 문제를 제기할 때는 돈이 없어 힘들다고 항변했는데 연합뉴스TV를 인수하기 위해서 뛰어든 것을 보고 진정성 의심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같은 시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을지재단은 연합뉴스TV를 넘보지 말고 병원에나 투자하라"며 규탄하기도 했다.
여기에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도 30일 박준영 이사장 부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안을 지켜보던 의료계 관계자는 "연합뉴스 행보가 바람직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을지재단이 잃을 게 많은 싸움이 아니었나"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안을 총괄한 을지재단 최헌호 운영본부장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 사임했다.
최헌호 본부장은 연합뉴스TV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 을지재단이 설립한 헬스케어 투자사 EU인베스트먼트 대표이기도 하다.
을지재단은 최헌호 본부장 사임 후 곧바로 김윤경 운영본부장을 새롭게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