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 손을 맞잡고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제품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 앞장선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I 의료기기 및 신약 개발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월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AI 기반 의료기기 시장에 대응하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 승인 여세를 몰아 디지털의료제품법을 발의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며 "다양한 디지털 의료제품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이 21대 국회 회기 내 통과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미국과 AI 기반 의료제품에 대한 개발·허가·심사 등에 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논의에도 나설 계획이다.
내년 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AI 규제 국제 심포지엄(AIRIS 2024)'에는 30개국 이상 규제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심포지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공동으로 개최한다.
오 처장은 "전통 의료기기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나 적절한 규제가 없어 글로벌 규제기관들 간 논의가 필요한 시점"며 "미국도 AI 기반 의료기기나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 규제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 공통 가이드라인을 우리가 주도해서 만든다면, 국내 디지털 의료제품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 허가 기준이 곧 글로벌 공통 가이드라인이 된다면, 바로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 규제기관 간에 터진 대화의 물꼬는 금년 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서 비롯됐다. 당시 오 처장은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과 면담을 갖고 AI 규제 분야에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의료용 마약 오남용 방지 등 처방 시 의사 역할 중요"
"국내 인공지능 기업, 글로벌 진출 적극 지원-마약 쇼핑 근절‧재활센터 확대 추진"
또한 연일 사회적인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관리 및 재활, 교육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환자 의료용 마약류 처방·투약 이력을 의사가 반드시 확인토록 의무화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오 처장은 "마약류 관리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면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는 이른바 '뺑뺑이 마약 쇼핑'을 막을 수 있게 된다"며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해 시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펜타닐부터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펜타닐을 시작으로 투약 내역을 확인해야 할 의료용 마약 종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의사협회도 사안 심각성을 이해하고, 이 문제에 적극 협력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약 재활과 관련해선 재활센터를 추가 확보해 치료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며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 재활센터가 세 군데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혁신적으로 전국에 14개가 생긴다"며 "매달 전국적으로 재활센터를 개소하는 타이트한 일정으로 진행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