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동양인에서 보기 힘든 질환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발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10년 전과 비교해 궤양성 대장염이 3만7000여명으로 1.7배, 크론병은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환자 비율이 높고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조절되지 않는 만성 염증으로 인해 설사, 혈변, 복통 등의 위장관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가 하면,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현저한 지장을 주기도 한다. 결국 조기진단을 통해 초기부터 적극적이고 빠른 치료로 학업 및 생활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편집자주]
염증성 장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증상, 치료 방법 등에 있어 환자들에게 어려움을 안긴다. 그나마 위안인 건 가장 최근에 개발된 소분자제제(JAK억제제)의 치료 효과다.
다양한 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효소 야누스 인산화효소(Janus Kinases)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은 줄이면서 임상적 관해(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 유도·유지, 염증으로 인한 장 점막 손상 방지 등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강상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염증성 장질환 진료 현장에서 질환이 개선된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을 체감했다. 치료 데이터를 근거로 소분자제제 혜택이 크다고 봤다.
매일 환자를 만나고 있는 강상범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의 중요성과 최적의 치료제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진료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Q. 동양인 '염증성장질환' 발병률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에는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는데, 원인은 다양하다. 장내 미생물이 달라졌거나 서구화된 식생활, 유전병은 아니지만 유전적 소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우리나라 환자들의 특징을 보면 크론병은 10대 후반부터 20-30대까지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궤양성 대장염도 젊은 연령대 발병이 많기는 하지만 전 연령에 걸쳐 꾸준히 나타난다.
Q.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 방법은 약간 다르다. 궤양성 대장염은 환자의 90% 가량이사용하는 5-ASA 제제라고 하는 기본적인 약제가 있다. 효과가 없다면 스테로이드 혹은 면역조절제를 사용하게 된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JAK억제제)를 사용하게 된다. 현재 궤양성 대장염에서 흔히 사용하는 5-ASA제제가 크론병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 그래서 면역조절제나 스테로이드를 먼저 사용하고 빨리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Q. 최근 치료 가이드라인 주요 변화는?
생물학제제들은 쉽게 말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표적으로 억제해서 염증을 덜 일어나게 하는 기전인데, 이런 약제들은 효과가 좋기도 하지만 반응이 빨리 떨어진다거나 감염, 혹은 부작용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생물학제제에는 정맥 주사도 있고 피하 주사도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주사이다 보니 먹는 약인 경구제를 쓰고 싶다는 환자들의 니즈가 꾸준히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라고 하는 소분자제제로, 다른 생물학적제제 혹은 소분자제제와 간접 비교 상황에서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모두 적응증을 허가 받아 사용할 수 있고, 보험 급여는 내년 정도에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급여까지 된다면 하루에 한 번 먹는 약이다 보니 많은 환자들의 선택을 받지 않을까 싶다.
"염증성장질환 환자 대상으로 교육 환경 마련 중요"
"우리나라는 규제 많아 부작용이나 합병증 우려가 있는 제제 사용해야 하는 아이러니"
Q. 염증성장질환은 완치가 쉽지 않은 질환인데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는 질병으로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평생 투약 및 관리가 필요하다. 어려운 병이다. 심해지면 장(腸) 협착으로, 뱃속에 고름집(농양), 천공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장 절제술을 여러 번 받게 된다. 장만 침범하는 게 아니고 전신을 다 침범할 수가 있다. 결국 식단 관리나 상황에 대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 관리를 위한 교육이 꼭 필요하고, 교육 수가가 필요하다. 교육수가를 통해 선생님들도 짐을 조금 덜 수가 있고, 환자분들 입장에서도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린버크가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이점은
린버크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다른 생물학제제들과 간접 비교 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고 반응이 빠르다. 1-2일 지나서부터 효과가 발생한다. 임상시험은 보통 8-12주(유도요법) 정도 치료를 하고 위약군과 진약군을 비교하는데, 얼마나 치료 효과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린버크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유도요법 및 유지요법 모두에서 위약군 대비 임상적 관해 도달율이 높았고, 내시경 관해, 점막 치유 등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효과도 좋고 간편하다는 얘기다.
Q. 진료 현장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다양한 생물학제제를 써도 효과가 없는 심한(중증의) 크론병 환자에게 사용 후 바꾸기 전보다 매우 안정적인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또, 궤양성 대장염과 아토피 피부염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가 있었는데 린버크가 두 질환 모두에 적응증이 있어, 두 질환이 모두 좋아지는 효과를 봤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병명도 모르고 수 십 년간 배가 아파서 병원을 와서 진단을 해 보니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요즘은 가끔 증상이 심한 환자가 오긴 하지만 예전보단 질환이 악화된 이후 오는 환자가 줄었다. 결국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초기에 이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일찍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는 말이다. 결국 염증성 장질환은 진단을 빠르게 받고 초기에 잘 관리하면 심한 합병증도 안 생기고 비싸거나 더 강한 약을 안 써도 된다.
Q. 국내 치료 환경에 있어 고충이 있다면
항상 말하지만 국가가 어떤 의료 정책을 시행해서 환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보험 급여가 잘 돼 있어서 고가 약제들을 사용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신약을 국내에서 쓰려면 급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에선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를 사용하려면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를 여러 번 쓴 다음에 써야 하는 절차가 있어서 환자들이 고충을 겪을 수 있다. 부작용이나 합병증 우려가 있는 제제를 써야만 급여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중증 환자들의 치료환경이 더 보장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