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마약 스캔들, 의사의 마약 셀프처방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향정) 관리 수가를 분리, 마약 수가를 현실화하고 의료기관에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오후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병원약사회(회장 김정태)가 주관한 ‘의료기관 마약 관리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병원약사들은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경주 병원약사회 부회장(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에 따르면 현재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은 의료용 마약류로 통칭된다. 마약은 모르핀·코데인 등 142개 성분, 향정은 진정수면제·신경안정제·각성제 등 200개 성분이 지정돼 있다.
그런데 이런 의료용 마약류 구입·보관·처방·조제·투약·폐기 등 전 과정에서 마약은 향정보다 업무가 까다롭고 문제 발생 시 행정처분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마약은 조제 부문에서 건 별로 금고에서 꺼내 조제해야 하며, 모든 과정에서 일련번호를 관리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향정은 재고 부족 시 사용량 대비 인정분이 있고 경고 후 업무정지가 내려지지만, 마약은 한 알만 부족해도 업무정지 3개월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3개월 처분은 의료기관에서 수술 마취, 중환자의 진정치료를 못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문을 닫아야 하는 수준으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그 심각성을 전했다.
이 같은 업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마약류 관리료는 외래환자 방문당 160원, 입원환자 일당 230원 등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병원약사회가 지난해 대학병원 2곳 마약류관리료를 조사한 결과 업무수행 인건비 보상률은 6%대에 그쳤다.
정 부회장은 “마약류 관리자가 필요한 의료기관 범위를 ‘4인 이상 의료기관’에서 처방 환자 수 및 처방량을 기준으로 재지정하고, 약사 전담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마약 수가 분리 및 적정 가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병원약사 출신인 정지은 한양대 약학대학 교수는 해외 연구사례를 소개하면서 “투약이력 조회 시스템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오히려 더 중요하다. 현재 DUR 이외에는 조회·점검 정보가 많지 않다”며 “약사에게도 마약류 투약조회 이력 등 관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송재찬 부회장 "의료현장 중요성과 전담인력 기준 마련 별개, 신중한 접근 필요"
그러나 병원계에서는 마약류 관리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별도 인력 기준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병원 입장에서 모든 직역에서 중요성이 대두된다고 해서 별도의 인력 기준을 만들면 인력활용의 경직이 예상된다”며 “중증외상센터 내 흉부외과 의사 기준을 마련하면 그 의사는 그곳에서만 일해야 해 유연한 대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장들도 병원약사 필요성을 인지하지만 경영·수급 문제로 충분한 채용을 못하고 있다”면서 “의료체계가 대형병원 중심으로 움직이면 이곳에서 중증질환 적정 치료를 이행토록 약사를 포함한 의료인력이 늘어나야 한다. 간호사에 이어 지금은 의사가 문제인데, 약사도 더 논의해보겠다”고 공감했다.
조영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 역시 신중한 입장이었다. 현 행위별수가체계 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 관리에 대해 수가로 보상하는데, 반대로 수가 보상이 개선하려는 동력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조 사무관은 “2018년 마약류관리료가 수가가 만들어진 만큼 어떻게 병원에 기여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며 “일례로 항생제관리 내성수가를 처방 시 줄 것이냐, 업무관리 측면에서 입원모형 수가로 줄 것이냐 고민하는 것처럼 마약류관리수가도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