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현장에서 기대감이 높은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건강검진 편입이 늦어지는 모습이다. 이를 결정할 국가건강검진위원회 개최가 당초 지난 11월에서 내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매개로 전염되는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은 무증상 특성으로 환자 본인조차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해 실제 치료 받은 환자는 약 20%에 불과하다.
예방 백신이 없어 조기검진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증상 특성과 함께 아직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20~30년 후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 등 심각한 질환 진행 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나 집단에 C형간염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높은 사망률과 검사 비용효과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건강검진 요구가 많다. C형 간염 양성 여부를 판별하는 체외진단키트 비용은 4000원 수준이다.
56~65세를 대상으로 C형 간염 국민건강검진을 실시할 경우 선별검사 비용은 361억원이지만, 20년이 지나면 의료비 558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계된다.
복지부는 “관련 절차 지연으로 늦어도 내년 2월까지 국가건강검진위원회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만큼 빠르게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 국내 최초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과 같은 효과적인 치료제가 등장, 퇴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 및 많은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를 촉구하고 있다.
WHO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삼았으며, 미국, 대만, 일본 등 전세계 여러 국가들이 C형간염 검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전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추진된 C형간염 예방 관리대책에 이어 2020년 C형간염 환자 조기발견 사업을 진행했으며, 2021년 C형간염 검진 타당성 분석 연구와 2022년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올해 질병관리청은 ‘제1차 바이러스 간염(B형C형) 관리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도입 추진 계획을 밝혔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023년까지 바이러스 간염 사망률 40% 감소를 목표로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추진한다.
또 지자체별 특성을 고려해 C형간염 등 바이러스 간염 관리 대상자 발굴 및 치료연계 체계 마련, 감시 체계를 통한 미 치료자 관리 강화 등 다양한 정책안들이 포함됐다.
이어 포괄적인 국가 간염관리체계 구축, 관계부처 협력체계 구축, 국제협력 및 공조 강화와 연구개발 투자 강화 등 포괄적인 간염 관리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간학회 컨퍼런스(APASL STC 2023) 정책 세션에서는 5년 또는 6년의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40~65세 전국민을 대상으로 평생 1회 C형간염 항체검사를 시행하는 일몰성 검진사업을 제안하는 등 정책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마비렛 출시 이전 치료현황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전에는 환자에 따라 치료가 복잡하고, 치료 기간도 길어서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유전자형에 관계없이 8주 치료로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치료되는 마비렛 출시 이후로는 외래에 만성 C형간염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HCV 퇴치를 위해 많은 기여해온 한국애브비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어 “일선에서 대한간학회와 함께 지난 5년간 많은 기여를 하는 파트너로 한국애브비에 든든함을 느낀다. 국가건강검진이 도입되면 C형간염은 퇴치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