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빈대 연구에 매진해온 김주현(37)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를 외신이 집중 조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흡혈 곤충의 대모가 국가의 빈대 퇴치 작전을 짜다'(Godmother of Bloodsucking Insects' Plots Attack in Nation's Bedbug Battle)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빈대 확산이 시작된 한국에서 김 교수의 그간 연구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2020년 논문에서 국내 빈대들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최근에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지닌 빈대를 퇴치할 수 있는 대체 살충제 성분 두 가지를 확인해 미국 위생곤충학회지에 발표했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최근 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국내 빈대 퇴치에 가장 효과적인 살충제를 찾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언론 인터뷰 요청이 수없이 밀려들어 "감당을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WSJ은 "김 교수 부모님이 처음에는 딸의 직업 선택에 대해 걱정했지만 이제 그 딸은 국가적 영웅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김 교수의 박사후 연구과정을 지도한 존 마셜 클라크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UMass) 교수가 그를 '빈대 공주'(bedbug princess)라고 불렀다는 일화도 전했다.
김 교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WSJ에 김 교수가 "흡혈 곤충의 대모가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그가 대학원생들 가운데 머릿니 연구를 해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을 때 김 교수만 손을 들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내 관심은 인간을 해치는 곤충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퇴치하느냐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키우는 이나 빈대에게 직접 피를 내주기도 했다. 보통은 적십자로부터 수혈용으로 쓸 수 없는 혈액을 기증받아 흡혈 곤충들의 먹이를 충당하지만 모자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흡혈 곤충에 "안쪽 종아리가 물렸을 때 가장 덜 가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WSJ은 온통 곤충으로 가득한 김 교수의 연구실 풍경도 소개했다. 진드기, 초파리, 머릿니 등 곤충 인형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커피를 마시는 머그잔에는 모기 그림과 함께 '조용하지만 치명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벽에 걸린 티셔츠에는 온갖 곤충들 그림과 함께 "만약 당신이 숨 쉬고 있다면 우리는 당신을 찾아낼 것"이라는 글귀가 프린트돼있다.
쉴 때는 벌레 그림을 끼적이곤 한다는 김 교수는 강의 때 쓸 빈대 몇 마리를 배양접시에 옮겨 담은 뒤 "귀엽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고 WSJ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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