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치러질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 선거에 새로운 후보가 또 출사표를 던졌다. 빈자,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진료해온 외과의사 정운용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정운용 후보는 11일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의협회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 출마 배경과 포부 등을 밝혔다.
이날 정운용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고경심 살림의원 산부인과 원장,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일용 경기의료원장,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임정균 부산의료원 전공의, 하정은 부친시민의원 의사 등이 참석했다.
정 후보는 "우리 의사들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지방의료 위기를 말한다"며 "저는 현재의 위기를 이렇게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에 기초해 모든 의료기관이 무한경쟁하고 있다. 극히 비정상이다"라며 "의료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그 규모에 비해 대단히 부족하고, 그 틈을 보험 자본과 병원 자본이 반식해서 이들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의료 왜곡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끝없이 추락하는데도 보험자본이 환자정보를 마음껏 취득할 수 있도록 국회가 법을 만들어 바치고 있다"며 "병상이 과잉이고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데도 수도권에 대형병원 분원이 6600병상 증설을 앞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대로 가면 개원의까지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에 지금의 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하려면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의협이 민주적인 전문가단체로서 의료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치의제 포함 의료전달체계 확립하고 검사료·재료비 아닌 의사 노동 가치 중심 재편"
그는 총 5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일차의료 및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영리화 중단, 의사 수 증가 및 노동시간 감축, 성평등 실현, 의료계 민주주의 및 다양성 투명성 강화 등이다.
정운용 후보는 "등록제에 기반한 주치의제부터 시작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수가체계도 검사료, 재료비가 아니라 의사 노동 가치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에 대해 환자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비대면 진료를 저지해야 한다.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 설립도 저지해야 한다"면서 "의사의 노동시간과 강도를 줄여 의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여성의사들의 임신과 출산 자유를 위해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공공병원과 연계된 공공의원·공공폴리클리닉 설립 필요"
정 후보는 "점차 소멸하는 지방의료의 최소한의 안전망을 위해서라도 공공병원과 연계된 공공의원, 공공폴리클리닉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사 틀을 바꾸는 일은 주권자인 국민 몫이지만, 우리 의사들도 적극 개입하고 주장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협 역할이 중요하다.
정 후보는 의협 내부 개혁도 제안했다. 권익단체 성격이 강한 의협이 아닌 전문가단체로서 쇄신하고, 국민과 의사의 간격을 좁혀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운용 후보는 "저는 회비 납부와 상관없이 모든 회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대의원회 구성과 논의 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며 "광역시도의사회장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일본처럼 의사협회가 해마다 오진율을 발표할 수 있을 때가 온다면 전문가단체로서 의협의 위상이 높아지리라 생각한다"며 "의협을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로 개혁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단체로 만들고 싶다"고 역설했다.
한편, 정운용 후보는 1992년 인제의대를 졸업하고, 부산백병원에서 외과를 전공했다. 봉직의 생활을 한 후 2007년 병원을 개원해 2023년까지 의과의사로 근무했다.
인의협 회원으로서 활동하며 부산의료원 등 공공병원 역할과 기능 확대를 위한 활동,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실태 조사 활동, 사회적 약사를 위한 의료봉사를 펼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