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째 정리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결국 ‘파산’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의료법인들에게 이제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난이 심화되는 의료법인들에게 정상적인 매매를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길을 터 줌으로써 지역의료 소멸을 막고 의료서비스 질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료법인연합회 김철준 정책위원장은 오늘(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법인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료법인 인수‧합병 양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법인 임원 선임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사실상 M&A가 금지돼 있다.
김철준 정책위원장은 “모든 생명과 조직체는 탄생과 성장, 소멸 과정을 거치는 게 자연의 섭리인데 유독 의료법인은 소멸에 대한 방식이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의료법인 의료기관은 1316개다. 이들 의료기관 상당수는 대도시보다 지방 및 중소도시에서 지역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저수가와 대형병원 환자쏠림 등으로 의료법인 병원들의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열악한 경영환경으로 수많은 의료법인 병원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려 있지만 적법한 퇴출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파산까지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경영의 악순환으로 인한 지역 내 의료제공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김철준 위원장은 “경영이 어려워진 의료법인들에게 인수나 합병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지역의료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경영이 양호한 의료법인이 인수할 경우 우수한 의료인력을 투입하고, 시설과 장비 재투자 등 효율적 경영을 통해 의료 질 제고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계에 봉착한 의료법인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의료 질과 수준이 담보된 안정적인 의료기관 만이 생존하게 돼 양질의 의료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료법인 인수‧합병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여러 안전장치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큰 우려 중 하나가 영리화이지만 의료법인 병원들의 초라한 경영실적을 감안하면 대규모 영리자본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합병으로 급작스런 진료비 상승이 우려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당연지정제의 진료비 통제시스템 하에서는 소설적인 허구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김철준 위원장은 “부실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 구조를 마련해 우량한 의료법인이 합병 후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지역의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과도한 우려와 소모적 논란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으로 의료법인 인수 및 합병을 통한 발전을 논의하고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