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충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병원이 인건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의사직 임금 인상 결정에 이어 올해 늘어날 시설에 고용할 인력의 비용도 많기 때문이다.
공단 및 병원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시설 투자 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매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한편, 소관 부처인 국가보훈부는 '보훈의료 활성화 계획'을 통해 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추이가 주목된다.
구랍 28일 공단은 제11차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안건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지난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다뤄진 '2024년도 예산편성안'이 원안으로 접수됐다.
앞서 공단은 제10차 이사회에서 병원장 1.2%, 의사직 1.2%, 1~3급 직원 및 연구직 0.9% 등으로 기준급 인상률을 확정했다.
금년 중앙치과병원·부산요양병원·대구재활센터 오픈···"자체 투자 최소화, 인건비 관리"
지난해에는 중앙보훈병원 부지 내 중앙치과병원이 완공, 현재 개원한 상태다. 지난 2021년 착공한 부산보훈요양병원도 곧 개원하고 대구보훈병원 재활센터는 올해 9월 완공되는데, 이곳에 투입될 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년 예산 편성 관련 제언 내용을 살펴보면, 인건비 관리와 자금수지 안정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회의 참석자들은 "의사직 성과급 23억원 추가 반영을 비롯해 중앙치과병원, 부산요양병원 개원 등으로 인건비 증액 비율이 높아보인다"며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준수토록 인건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병원 운영 실적을 고려해 자체 투자를 최소화하고, 시설 공사 관련 투자는 자금수지 안정화 시기까지 연기하는 등 투자계획 조정이 필요하다"며 "반드시 필요한 자본투자는 추진하되 중요한 사안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직제규정 일부개정규정도 참석자 7인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2023년 기획재정부의 증원 인력 총 53명을 반영하는 게 골자다.
의사와 업무지원직 등을 포함해 ▲중앙치과병원 24명 ▲대전보훈병원 재활센터 건립, 인천병원 재활의학과 확충 10명 ▲대구·대전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5명 ▲요양원 법정배치 기준 강화에 따른 요양보호사 법정인력 14명 등이다.
보훈부 "중앙보훈 증축·광주보훈 심혈관센터 구축·대구보훈 서관 재건축"
이사회는 시설 투자 자제 방향으로 중지를 모았지만 지난해 정부부처로 승격된 국가보훈부는 올해 시설에 대한 투자를 비롯한 대대적인 예산 투입과 보훈의료 확충을 예고했다.
국가보훈부 이달 9일 '2024 국가보훈의료 주요계획'을 발표하고 "올 한 해 동안 전국 보훈병원 기반 시설 확충과 위탁병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우선 중앙보훈병원에는 오는 2028년까지 294억원을 투입해 중앙관 4~5층을 증축한다. 진료시설을 재배치하고 인공신장실과 내시경실 등 외래 진료 공간을 확장할 예정이다.
광주보훈병원은 184억원을 2027년까지 투입, 중증·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한다. 응급실과 수술실을 확충하고 응급실에 음압격리실·심폐소생실을 추가 설치한 데 이어 심혈관센터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노후화된 대구보훈병원도 손본다. 서관동을 재건축해 병상 수를 기존 88개에서 110개로 늘리고 주차장도 추가 설치한다. 올해 9월에는 195억원을 들인 다섯번째 재활센터가 대구보훈병원에 문을 연다.
이에 더해 보훈병원 입원 보훈대상자의 간병 부담 완화를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기존 30%에서 40%로 확대한다. 13억원을 투입한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고품질 보훈의료서비스로 보답하고 고령의 국가유공자분들이 건강한 노후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보훈병원은 임기 4개월이 남은 유근영 병원장이 일신상 이유로 올해 초 사임해 원장이 공석인 상태다. 보훈공단 역시 지난해 감신 이사장이 기획재정부 경영실적 평가 후 해임 건의로 사임한 이후 자리가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