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3000명 늘릴 경우 국민 1인당 한 달 의료비가 8만5000원 증가한다는 전망이 나와서 주목된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오늘(19일) 서울 중구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열린 ‘의료개혁 긴급토론회’에서 의대 정원을 현행으로 유지할 때와 증원할 때 향후 요양급여비용 추이를 비교, 발표했다.
이 토론회는 바른사회시민회의,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건강보험과 의료개혁 없는 의료인력 조절은 안된다’를 주제로 공동주최했으며,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해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우려 사항들을 쏟아냈다.
우봉식 원장은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의사 수와 병상 수를 꼽았다.
우 원장은 “OECD 국가들의 국민 의료비 결정 요인에 대한 실증 분석에 따르면 의사 수나 고령화는 국민의료비 증가에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 증가할 때 1일 의료비는 17% 늘어나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 늘어나면 1인당 의료비 지출은 약 22%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우 원장은 의사 수 증가로 우리나라 의료비도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의대 증원 규모별 요양급여비용 추이를 분석했다.
우선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지난 2001년 약 17조원에서 2020년 약 86조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현재와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의사 수·인구·노인인구 비율 등 데이터 변화를 토대로 향후 요양급여비용을 추계하면 오는 2025년에는 약 123조원, 2040년에는 33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이 비용이 더욱 늘어난다.
증원 규모별로 2040년 요양급여비용 전망치를 살펴보면, 350명 증원시 약 339조원, 500명 증원시 약 342조원으로 현재 정원을 유지할 때보다 각각 약 6조원, 약 9조원 씩 늘어난다.
또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1000명 증원시에는 현행을 유지할 때보다 약 17조원 늘며, 2000명 증원시 약 35조원, 3000명 증원시 약 52조원 더 증가한다.
우 원장은 “국민 1인당 의료비로 환산할 경우 2000명 증원하면 한달에 6만원, 3000명 증원하면 한달에 8만5000원의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예산에서 요양급여비용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 원장은 “지금까지 국가전체 예산과 비교했을 때 요양급여비용은 약 16~17% 수준이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이 3000명이 늘면 2040년에 그 비율은 18%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계속 배출될 의사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2040년 이후는 의료비 증가가 더욱 심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