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4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을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높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 등록된 40여 만명을 대상으로 알코올 대사능력 및 일평균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위험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뇌졸중, 치매, 심부전의 주요 위험인자다. 고령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흡연·비만·운동부족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심방세동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반면 ‘음주’와 심방세동 위험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연구팀은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다른 ‘알코올 대사능력’이 실제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39만9329명을 일평균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자(0g) ▲경-중등도 음주자(<30g, 약 4잔 미만) ▲과음자(≥30g, 약 4잔 이상)로 구분했다.
이어 ‘알코올 대사능력’을 정량적으로 표현한 다유전자 위험점수에 따라 각 집단을 ▲낮음 ▲보통 ▲높음군으로 다시 구분한 뒤, 심방세동이 새롭게 발생할 위험을 약 12년 추적했다.
그 결과 ‘알코올 대사능력 낮은 과음자’ 그룹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가장 컸다. 또한 알코올 대사능력에 따라 음주량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음자는 알코올 대사능력이 높아질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감소한 반면 경-중등도 음주자와 비음주자에서는 이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알코올 대사능력은 동일한 음주량에서 심방세동에 더 취약한 사람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며, 진료현장에서 금주를 적극 권고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알코올 대사능력과 관계없이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일평균 주종에 관계없이 약 1잔을 더 섭취할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도 1%씩 증가했다.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는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음주량 및 유전적 소인이 심방세동에 미치는 복합적인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사람마다 동일한 음주를 해도 심방세동 위험은 다르기에,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아 심방세동에 취약한 사람은 적극적 금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