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경하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최근 3연임된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무부총장 임명 철회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인 임명을 위해 정관 개정을 일방적이고 밀실에서 진행한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의 비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면서 정관 개정 무효 및 이사장 사과를 요구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최근 '이화여대 전체 교수님들께 보내는 의과대학 교수들 호소문'을 통해 이번 의무부총장 임명 절차에 문제 제기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이화학당 이사회는 염두에 둔 특정 인사 임명을 위해 장애가 되는 기존 정관을 임의로 개정했다"며 "정관에 의해 불가능한 일들을 정관을 개정해 바로 시행하는 이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정관 개정 무효화와 이사장의 책임 있는 사과, 재발 방지 조치 실시" 촉구
이화학당 이사회는 지난 1월 17일 의무부총장 자격과 관련한 이화학당 정관 89조 3항을 개정했다. 기존 '이화여대에 부총장을 둘 수 있으며 교수 또는 부교수로 보한다'는 내용에 예외 조항이 신설됐다.
'다만, 의무부총장의 경우 교수, 부교수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식이나 전문성을 갖춘 자로 보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돼 유경하 의무부총장 3연임이 가능해졌다.
이화학당 이사회는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보직의 전문성 확보와 연속성 있는 업무 수행을 위한 것"이라며 정관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화의대 교수들은 "이화여대 역사상 볼 수 없었던 이화학당의 비민주적 형태"라며 "이사회는 조직 운영의 기본적인 질서를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신뢰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무부총장은 학교 보직인데 외부 인사를 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른 보직에도 외부 인사를 보할 수 있느냐"며 "의무부총장 자격 심사는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며, 의무부총장 임기와 관련된 제한이 없어 이번과 같이 원임기보다 긴 3년 혹은 5년, 10년 임기도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의대 교수들은 "이화여대와 이화의료원은 절체절명 위기에 봉착해있다"며 "의대 교수들은 결연히 떨치고 일어나 이번 정관 개정 무효화와 이사장의 책임 있는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학교와 의료원 인사가 투명한 절차를 거쳐 철저한 자격 검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의대 교수들은 "더 이상 학교와 의료원 인사가 밀실에서 이뤄져서는 안 되며, 철저한 자격 검증의 절차를 포함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이화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첫 걸음이며, 이 길에 이화의 모든 교수님들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화여대 교수평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인 '배나무숲'에도 이번 유경하 의무부총장 3연임과 관련된 인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익명 글들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이사회 정관계정은 위인설관(爲人設官)을 위한 위인설법', '특정인 보직점거, 빚도 그들이 갚아라', '자격이 없는 임명,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관개정을 해서까지 의료원의 현 리더를 유지해야 하는 지 정확한 이화의료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감사가 필요하다' 등의 글이 줄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