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공개, 전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핵심은 바이오니모를 신약개발 투입 시 평균 10~15년 및 3조원이 소요되는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을 최대 7배 단축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이피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에서 자사의 생성형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공개했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차세대 의료를 가속화 하기 위한 생태계 구축을 10년 이상 준비해왔다”며 “생성형 AI가 전체 의료시장을 바꾸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도 엔디비아 전망에 화답했다. 바이오니모 공개 당일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국내 증권가 분석도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키움증권은 지난 15일 발표한 ‘2024 JPMHC 정리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디지털 바이오 시대 현실화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며 “엔비디아가 위대한 바이오산업의 대변혁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제약바이오업계 버전 ChatGPT
바이오니모는 엔비디아의 헬스케어 전용 컴퓨터 플랫폼인 ‘클라라’에 속한 생성형 AI 플랫폼 중 하나다. 클라라 플랫폼은 바이오니모를 비롯해 ▲홀로스캔(의료기기) ▲파라브릭스(유전체학) ▲모나이(의료 이미징) 등을 보유했다.
또 Chat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ege Model, LLM)의 한 종류로 ChatGPT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규칙을 대량 학습했다면, 바이오니모는 ‘아미노산 서열과 단백질의 구조’라는 언어를 학습했다.
AI 학습을 통해 ▲단백질 구조 예측 ▲단백질 서열 생성 ▲분자 최적화 ▲생성 화학 ▲도킹 예측 등을 도출해 신약개발을 위한 모델로 사용한다. 사용자 맞춤화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신약개발 과정은 ▲타깃 발굴 ▲스크리닝(거르기) ▲물질 최적화 ▲독성실험 ▲임상 1~3상 ▲허가 및 출시 ▲시판 후 감시(4상) 등이다. 보통 타깃 발굴부터 독성실험까지 4.5~10년, 임상부터 허가까지 6~8년이 소요된다.
독성실험까지의 과정이 특히 까다롭다. 다양한 화학물질 사용 등으로 철저히 관리되는 웻랩(Wet Lab)에서 연구가 진행된다. 후보물질의 발굴 및 물질 최적화 등을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실패율은 90%에 달해 신약개발은 ‘사막에 흩뿌려진 퍼즐 조각 찾기’에 비유된다.
반면 AI 신약개발은 데이터 중심의 드라이랩(Dry Lab)에서 연구가 진행되며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히는 독성실험까지의 과정을 1~2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사람의 뇌에 담을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형 AI가 이미 학습한 상태로 실험을 시작하기에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계산해, 가장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바이오니모 기대치↑…글로벌 빅파마 선점 행렬
바이오니모는 이미 글로벌 빅파마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빅파마의 높은 기대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12개 이상 생성형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약, 바이오테크 기업 등에 제공해왔다”며 세계 매출 4위의 제약기업인 암젠(AMGEN)과의 협업도 공개했다.
암젠은 “엔비디아 바이오니모를 도입해 아이슬란드에서 슈퍼컴퓨터 ‘프레이자(Freyja)’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 제약사로 분류되는 암젠과 엔비디아의 협업은 엔비디아 AI 플랫폼이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오니모 사용 권한을 얻은 국내 업체는 AI 신약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만 공개됐고, 제약사와의 협업 사례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