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신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올해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공개(IPO) 걸림돌이 된 취약점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낼 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반 암 진단 기업 딥바이오가 최근 이수현 삼일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고 IPO 절차에 불을 지폈다.
이수현 CFO는 17년 간 삼일회계법인 TS-FAS본부와 삼성증권 IPO팀에서 근무해 온 인물이다. IPO, M&A, 경영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터운 경력을 쌓았다.
딥바이오는 이 CFO를 주축으로 향후 투자유치, 기술특례상장, 성장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딥바이오는 앞서 2020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현재 영업 실적은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위해 도입됐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기술성 평가 점수를 한 곳에서 A등급, 다른 한 곳에선 BB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딥바이오는 평가기관 두 곳에서 각각 A등급과 BB등급을 받아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딥바이오는 신임 CFO 영입으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해 기업공개 재추진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오는 2025년 IPO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전략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초개인화 장기재생 기업 로킷헬스케어도 기업공개 절차가 한창이다.
로킷헬스케어는 지난 9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각각 A, A 등급을 획득했다. 회사는 이번 기술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해갈 예정이다.
로킷헬스케어는 2021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했지만 기술성평가 기관에서 각각 BBB 등급을 받아 떨어진 이력이 있다.
로킷헬스케어는 당시 임상 데이터를 입증할 논문 등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 발목이 잡혔다.
로킷헬스케어는 이후 주관사를 교체하고 테슬라상장(이익 미실현)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최근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것이다.
회사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으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오상헬스케어도 기업공개 절차가 한창이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넥스트바이오는 기업공개는 두 번째 도전이다. 회사는 2021년 3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7개월 만인 2022년 6월 자진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넥스트바이오는 기술성평가에서 A, A 등급을 받았지만 상장 심사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식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해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2014년 설립된 넥스트바이오는 고분자 및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치료재료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현직 의사인 이돈행 대표는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지내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는 사업 초창기에는 비혈관 스텐트 사업에 집중했으나, 시장이 포화하면서 내시경용 지혈재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는 근골격계 통증 치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분해성 관절염 통증 색전 치료재료도 개발한 상태다.
해당 제품은 한국과 유럽 인증을 획득했으며, 국내에서는 관절염 색전 시술 신의료기술 신청을 위해 시판 후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 횡령·배임 혐의로 2016년 상장폐지된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 오상헬스케어도 지난해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07년 설립된 오상헬스케어는 '인포피아'라는 사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2016년 임직원 18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2016년 5월 상장폐지된 바 있다.
오상헬스케어는 사업을 정비한 후 2021년 테슬라상장으로 코스닥 재입성을 노렸지만 거래소로부터 미승인 통보를 받으며 실패했다.
회사는 당시 문제로 지적된 사업 지속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이번에는 일반 상장으로 코스닥 입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갈수록 높아지는 상장 문턱에 기업들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해 IPO 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은 반길 일이지만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이 몰리면서 심사 기준도 높아지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