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사회적인 큰 문제로 연일 부각되면서 규제당국이 의료용 마약류 위해성관리 계획(RMP) 손질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제조 및 수입업체들 역할이 확대될 예정이다.
"의료용 마약류 위해성(危害性) 관리, 체계적 개선 추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채규한 마약안전기획관[사진]은 6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만나 "올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위해성(危害性) 관리 계획을 체계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료용 마약류를 비롯해 마약류 중독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약류 사범 수는 2022년 1만8000명에서 2023년 11월 2만5000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중 10대 청소년 비율은 2022년 481명(2.6%)에서 2023년 11월 1380명(5.5%)로 껑충 뛰었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2022년 1946만명으로, 우리 국민 2.6명 중 1명은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했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은 18억7,360만개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전 세계 마약청정국 기준이 통상 인구 10만명 당 20명으로 볼 때, 한국은 2015년 이미 그 수치를 넘어섰다.
채규한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식약처는 올해 마약류 지정부터 허가, 유통, 관리, 재활, 예방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특히 조제 및 공급 단계에서 제조와 수입을 맡는 제약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예컨대 의료용 마약류를 제조, 수입하는 업체들은 RMP의 일환으로 전문가 및 환자용 안내서를 배포하고 있는데, 환자용 안내서에 내용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지금은 환자용 설명서에 약에 대한 단순한 설명만 기재돼 있다면 앞으로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받은 환자가 어디서 상담을 받아야 할지 등에 관한 정보를 담아주고자 한다"며 "일본의 경우 의료용 마약류에 '환자 본인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설명을 하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RMP와 의료용 마약류 정책을 연계해 마약류 의약품 전달 체계 과정이 효율적으로 관리 및 보고되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달 의료용 마약류 취급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마약류 도매업자(지오영), 마약류 제조‧수입업체(한독), 의료기관(행복주는의원), 동물병원(다정한동물메디컬센터), 종합병원(세종충남대병원), 마약류소매업자(청암약국 등 2개소) 등을 두루 찾았다.
채 마약류안전기획관은 "규제가 더 많아지는 게 아니라 기존 프로세스를 좀 더 효율화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바꿀 것"이라며 "외국 사례와 국내 상황을 같이 살펴보면서 우리 보건의료 전달체계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현장에서 만난 병원 약사들은 원내 처방의 경우 환자에게 투약되는 의료용 마약을 낱알 단위까지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그걸 병원 단위로 묶어서 관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며 "이 부분을 검토하며 디지털화된 데이터도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기준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오남용을 판단할 기준이 없어 의료용 마약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규한 기획관은 "조만간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판단 기준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연구용역을 마쳐, 그 결과를 토대로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