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추후 환급받을 수 있으므로 실손의료보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김모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11월 현대해상 1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계약에는 ‘질병으로 입원 치료 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김씨)가 부담하는 입원 및 수술 비용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김씨는 지난 2021년 8~10월 총 세 차례 각기 다른 병원에 입원해 도수치료를 16회 받은 뒤 보험금으로 입원치료비를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 중 111만원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이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는 의료비 중 환자 부담금이 연간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초과분을 건보공단이 돌려주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9년 10월 환급이 가능한 초과분은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제정했으나, 김씨는 그 이전에 계약을 체결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상한액을 초과해 지출한 금액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김씨가 환급받아 결과적으로 공단부담금이 되므로 보험계약에서 정한 김씨에게 보상할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금액’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우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 내용은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건보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특약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이 사건 약관 내용은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피보험자가 지출한 금액은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라며 “2009년 10월 제정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시행 전 체결된 실손의료보험 사안에 관해 적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