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 대상자와 일반환자를 진료하는 보훈병원도 정부가 지정한 'D-Day'인 2월 29일까지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아 진료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병원 전공의 사직에 대응해 공공병원으로서 일반 환자를 더 진료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지만 핵심 인력인 전공의 이탈로 정상 운영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소관 부처인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에 따르면 29일 오전 기준 전국 6개 보훈병원에서 전공의 139명 중 68%인 9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전공의가 가장 많은 중앙보훈병원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사직서 제출을 철회하거나 근무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보훈부가 직접 보훈병원 현장을 찾아 남은 의료진을 격려하고 장관 이름으로 호소문도 발표했지만 이미 떠난 전공의들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웠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대구보훈병원을 방문해 비상진료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남은 의료진을 격려했다.
이희완 보훈부 차관도 지난번 부산보훈병원에 이어 이날 광주보훈병원을 찾아 비상진료 현황을 살피고 직원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건넸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정애 장관은 직접 호소문을 발표했다.
강 장관은 "최근 의료계 집단 휴진으로 보훈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의료진 여러분의 조속한 복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병원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 보훈대상자는 물론 지역주민 건강도 책임지는 공공병원으로 자리잡았다"며 "보훈병원 역사와 함께해 온 의료진 여러분은 헌신적 진료로 국가유공자의 삶에 희망을 줬다"고 다독였다.
이에 하루빨리 복귀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보훈대상자의 곁을 지켜달라는 게 강정애 장관의 호소다.
강 장관은 "의료공백으로 수많은 환자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여러분이 의사로서의 사명과 책무를 가장 우선시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전국 보훈병원은 2월 20일부터 이탈한 전공의 대신 전문의가 병동과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서는 방식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 상태다.
일례로 대구보훈병원은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대란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단계별 비상진료체계 대책을 세웠다.
병원 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을 활용해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등을 24시간 운영한다.
특히 병원 특성진료과인 순환기내과 전문의 4명, 심혈관촬영실 6명을 당직 근무에 투입해 야간 응급 심혈관 환자를 대상으로 24시간 심혈관 중재술을 시행했다.
초기단계인 1단계 때는 일반환자 대상 진료를 조기마감하지 않고 평일 진료를 최대한으로 운영하고 매일 전문의 병동당직 비상진료를 실시했다.
전공의 공백이 2주 이상 지속되는 2단계 때는 대학병원의 외래진료가 축소 운영되는 진료과목의 평일 외래진료를 확대한다. 또 대학병원에 경증·중등도 환자를 회송 요청해 일반환자를 최대한 수용할 예정이다.
그 이상으로 상황이 지속되는 3단계는 필수 진료과 휴일 외래진료도 실시한다. 경증환자를 위탁병원으로 전원하는 등 2차의료기관으로서 중등증 환자를 집중 치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