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 마감결과 40개 대학 대부분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 배경에 교육당국의 ‘재정지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대생과 의대교수, 의대학장들에 이르기까지 이해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대학본부가 신청서 접수를 강행한 것은 교육당국의 ‘재정지원’ 패널티를 우려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첫 번째 수요조사에서 각 대학들이 위상의 바로미터인 의대 규모를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 근거로 지난 2007년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당시 교육부가 BK21(Brain Korea 21c) 지원금 카드로 대학들을 회유했던 사례가 소환됐다.
실제 교육부는 당시 BK21 사업 지원금과 교수정원 확대, 각종 예산지원 등의 유인책을 통해 반 강제적인 의전원 전환을 유도한 바 있다.
때문에 의학교육의 큰 변곡점인 이번 정책에도 교육당국이 암암리에 대학 측에 다양한 재정지원책을 제시하며 회유 내지는 압력을 행사했을 공산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은 크게 △일반지원사업 △학자금 지원사업 △국‧공립대 경상비 지원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2021년 기준 16조2563억원 규모다.
일반지원사업은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등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계획‧운영되는 사업으로, 2021년 6조9844억원이 배분돼 전체 재정지원의 4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학자금 지원사업은 대학생에게 장학금 지급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으로, 4조180억원이 배분됐다. 전체 비중으로는 25.8%에 해당한다.
국‧공립대 경상운영비 지원사업은 4조5943억원이 배분돼 29.5%를 차지했다.
적게는 수 백억에서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는 각 대학들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기에 부담이 적잖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국립대학교의 경우 정부가 최대 의대교수 1000명을 충원해 주고 각종 교육시설과 장비 지원도 약속한 만큼 뿌리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재정지원 외에도 각종 국책사업이나 연구비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우려한 대학들이 의대 측 반발에도 증원 신청을 강행했다는 분석이다.
교육당국의 재정지원 위력은 최근 대학가 최대 화두인 무전공 선발 정책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교육부가 총 1조4574억원에 달하는 대학 재정 지원예산 중 30~40%를 무전공 선발을 확장한 대학에 인센티브로 주는 방안을 예고하면서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정책에 참여 중이다.
한 대학본부 부학장은 “솔직히 대학 입장에서는 정부 재정지원을 무시할 수 없다”며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재정지원 패널티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들의 정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학 전체를 고려하면 선택의 폭이 좁았다”며 “다른 대학들과의 증원 경쟁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