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외과학 뿌리를 내린 민병철 전(前) 서울아산병원장이 3월 8일 오전 8시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국내 외과학 선진화와 환자중심 병원 경영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 고인은 192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52년 서울대학교 전신인 경성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54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소재 터프츠병원에서 외과 수련의와 전임강사를 거쳐 196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고인은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의대 교수를 거쳐 고대구로병원 초대 병원장을 지냈고, 1990년부터 2000년까지는 서울아산병원 전신인 아산재단 서울중앙병원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외과학에서도 특히 간·담도외과와 소아외과 분야 기틀을 닦았다.
1975년부터 1988년까지 미8군 외과 자문관, 1976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1981년 대한소화기병학회 회장, 1982년 대한외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학술활동에도 매진했다.
고인은 대한외과학회 활성화와 개혁을 위해 회장 제도를 이사장 제도로 바꾸는 데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1990년부터 11년간 2~7대 서울중앙병원장으로 재임하며, 기존 관료 권위주의 체제의 대형 대학병원을 능률 위주의 환자중심 병원으로 변화시켰다.
또 재임기간 중 장기이식 계획을 설립해 현재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적 장기이식센터를 갖추는 데 초석을 다졌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5년 국민훈장 모란장과 문화공보부 기업문화상, 1999년 대한민국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퇴임 후 지난 2010년에는 서울아산병원에 간호·보건·행정 인재육성을 위한 기금으로 사재 20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고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발전하려면 의사와 함께 일하는 간호·보건직과 연구·관리직 등 모든 의료인의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장례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0일 정오 진행된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남 3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