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정부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10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사장 임청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일방적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대한민국 의료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흉부외과학회는 "일방적 정책에 반발한 학생과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의업 포기를 밝힌 의사들은 범죄자로 매도됐고, 정책에 반대하지만 남은 의사들은 위기 속에서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는 78명 수준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협상과 설득 대신 압박과, 강압을 선택했다. 국민 5000만명 중 100여 명도 되지 않는 흉부외과 전공의도 설득하지 못하는 정책으론 미래의료를 살릴 수는 없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는 설득과 협조 대상이지 압박과 강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흉부외과학회는 현재 의료계 당면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6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으로 인한 의료계 혼란에 대해 정책의 내용, 시기, 과속 추진 사유를 밝히고 명확한 해명과 사과 ▲권위주의적 제재 및 위협 즉각 중단, 젊은 의료인 보호▲ 2000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 철회 ▲전문가로 이루어진 협의체 구성 ▲재정조달 계획을 포함한 필수의료 구체적 대책 재구성 ▲대학 당국자들에 반성과 사과 등이다.
"해부용 카데바조차 학생에게 구해오라고 할 것인가"
흉부외과학회는 "해부용 카데바조차 학생에게 구해오라고 할 것인가"라며 "현실적 의학교육 어려움과 교수인력 부족을 성찰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쳐야 할 시점에서 정부와 복지부를 속이고 자신의 영달을 바라는 것으로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알고 있는 복지부와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를 위축시키기 위해 국민을 불행하게 하며, 영원히 흉부외과가 부재하는 지역을 늘려보려고 무리수를 쓰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개혁은 부족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과오에 대한 사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흉부외과 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라며 "반세기 동안 그래 온 것처럼,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동시에 전공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을 지켜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학회는 "현재의 시간은 누구의 것도 아닌 환자 시간"이라며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 제일 의료시스템이 자기 파괴적 의료 정책으로 속절 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와 정책을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성명서 원문
2024년 2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일방적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일방적 정책에 반발한 학생과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대부분의 의료진은 헌신과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 왔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 포퓰리즘 의료정책은 대한민국 의료에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의업 포기를 밝힌 의사들은 정부에 의해 준 범죄자로 매도되었고, 정부정책을 반대하지만 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번아웃의 위기 속에서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반면, 정부는 협상과 설득 대신 압박과, 강압을 선택하였다.
정부는 미래 의료개혁이라는 자의적 목표 아래,현재의 국민 건강과 생명, 의료제도를 무너트리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는 반세기가 넘도록 낮은 수가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와 땀, 때로는 생명을 바쳐가며 국민의 건강을 지켜왔다. 기피과라는 오명 또한 환자의 생명과 국민건강이라는 대의를 위해 참아왔다. 우리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목표에 동감하며, 현 정부의 대통령인수위원회, 보건복지부 등과 필수의료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그 동안의 논의와 전혀 다른, 근거 없는 일방적으로 발표된 의료 정책은 흉부외과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
현재, 전국의 흉부외과 전공의는 78명뿐이다. 이 얼마 안 되는 흉부외과 전공의들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났다. 아직 전공의가 되지 못한 29명의 신입 전공의 희망자들은 혼란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희생을 각오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해, 모두 기피하는 흉부외과를 선택한 100여명의 전공의가 정부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들은 한없이 소중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이들이 없다면 대한민국 흉부외과의 미래도, 필수의료의 미래도 없다. 정부는 이들에게 의료 이탈자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 100여명의 흉부외과 전공의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정부가, 국가의 필수의료를, 대한민국 미래의료를 지킬 수 있는가?
“흉부외과 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흉부외과는 지난 반세기동안 그래 온 것처럼,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전공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을 지켜낼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료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노력할 것이다. 환자와 의사 사이의 라뽀(Rapport)를 갈라놓은 것은 정부이지 의사가 아니다. 일방적 의료 정책의 강압적 추진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 현재의 시간은 누구의 것도 아닌 환자의 시간이다.
모두가 한계인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 제일의 의료 시스템이 자기 파괴적 의료 정책으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전 국민 5,000만명 중 100여명의 흉부외과 전공의 조차 설득할 수 없는 정책으로는 미래의 의료를 살릴 수는 없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는 설득과 협조의 대상이지 압박과 강압의 대상이 아니다. 정책을 설득할 근거가 부족하다면, 협력의 명분조차 찾지 못한다면, 그 정책으로 국민들의 건강이 심각한 손해를 보고 있다면, 그리고 사과를 위한 용기조차 부족하다면, 그 정책의 시간은 종료된 것이다.
모든 사안은 원점에서 조건 없이 재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이 사태가 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 후, 임계점 아래에서 조속히 해결되기를 염원한다. 다시한번 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와 정책 철회를 요청하며 이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의 요구사항을 밝히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