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제품 수출 지원 기관은 많다. 하지만 해외 규제기관을 상대로 규제조화를 요구하고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설득할 수 있는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글로벌수출전략담당관 오영진 과장[사진]은 12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기자단을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글로벌수출전략담당관은 식약처가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의료기기업체 등의 수출 지원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조직이다.
지난 2022년 8월 출범한 '글로벌식의약정책전략추진단'을 모태로 하며, 지난해 9월 처장 직속 정규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오유경 처장실 옆에 배치, 글로벌 지원 전담 부서로 활약 중이다.
글로벌 수출전략담당관은 수출 대상국의 규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기관 간 협력(Regulatory authority to Regulatory authority, R2R)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베트남 의료기기 입찰 규정 탓에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 식약처가 나서 입찰 규제를 폐지하며 애로사항을 해소한 바 있다.
오영진 과장은 "국내 의료제품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해당 국가의 규제기관을 만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개별 기업들이 직접 규제기관 관계자들과 소통하기 힘들지만, 국내 식약처가 규제기관 대 규제기관으로 대화하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우수한 의약품을 개발해도 수출을 원하는 국가의 규제기관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면 진입이 불가능하다. 식약처가 국내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해주고, 규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제약, 의료기기업체 애로사항 전달 등 가교 역할 강화"
"식약처 위상 높아져 아시아 국가 및 선진국 협력 확대"
그는 "지금까지는 각종 협회가 기업들의 민원을 취합해 식약처에 전달했다면, 앞으로 기업들이 식약처에 직접 민원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식약처 위상이 높아져 아시아 국가들은 우리 규제를 배우고 싶어하고 선진국들은 우리와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4)'도 달라진 국내 규제기관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심포지엄에는 한미 양국 외에도 유럽의약품청(EMA), 덴마크, 스위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20개국 규제기관이 참가했다.
오영진 과장은 "의료제품 AI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한 미국 FDA 또한 우리와 고민이 다르지 않았다"며 "정보 투명성, 인공지능 할루시네이션(허위정보 생성), 사이버 보안, 정보의 편향성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FDA도 이런 점들을 규범화하려는 노력 중이기에, 두 기관이 함께 이야기하며 새로운 규정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현재 이번 심포지엄 결과물을 정리하는 작업 중이고, 실무회의와 양 쪽 기관장 회의를 거쳐서 다른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과장은 "지금까지는 식약처가 여러 국제협의체에 단순히 참여만 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기준을 이끌어가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며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을 때 직접적으로 해외 규제기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