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고통을 호소하는 교도소 내 수감자들 편지만 믿고 처방전을 원격 발급한 의사가 면허정지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에 나섰으나 패소했다.
편지를 보낸 이들은 알고 보니 마약사범이었고, 처방된 약 중에는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께 교도소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범죄를 저지른 수감자로, 통증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진찰 없이 편지만 믿고 처방전을 발급해 교도소로 보냈다. 2020년까지 이렇게 총 17통이 발급됐다.
하지만 이는 위법이었다. 편지를 보낸 수감자들은 마약사범이었고, 처방한 약품 중에는 향정신성 의약품도 있었다. 결국 의료법 위반죄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이 부과됐다.
A씨는 형사처벌은 받아들였지만, 보건복지부가 자격정지 2개월 행정처분까지 하자 불복해 소송에 나섰다.
A씨는 "수감자들이 통증을 호소하기에 의사로서 책임감과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처방전을 발급했을 뿐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며 "원격진료가 법령에 따라 허용된 것으로 잘못 이해한 탓에 벌인 실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감자들이 마약사범이라는 인식에서 처방전을 발급한 게 아니기에 수사기관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죄는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며 "이런 사정들이 충분히 고려됐다면 더 가벼운 처분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면허 정지 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권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없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도 않은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처방한 의약품 중에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돼 의료질서를 심각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 업무가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받게 될 불이익은 의료법 위반행위 규제의 공익성보다 결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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